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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상, 앞으로가 문제다

입력 2016-06-19 17:57:17 | 수정 2016-06-19 22:50:59 | 지면정보 2016-06-20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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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산업부에서 찬밥신세 된 '통상'
신통상로드맵은 제대로 시도 안돼
거세진 통상압력에 속수무책일 뿐"

허윤 <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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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바야흐로 ‘통상 정책 실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의 거센 통상 압력, 중국의 비관세장벽,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맞아 무엇 하나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없다. 1990년대 슬랩스틱 코미디의 코믹 캐릭터 ‘영구’가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에 나타나 “‘통상’ 없다!”고 하며 개그를 벌이지나 않을지 걱정할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 점에 있다. 국내 제조업의 지원과 보호에만 길들여진 산업부가 ‘통상 문제’를 등한시하다 보니 부처 간 개방 정책의 조율을 주도할 수 없을뿐더러 국제사회에서도 협상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통상업무를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이관했다. 당시 산업부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회 전반에 자유무역협정(FTA)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취약 부문과의 소통이 부족해 내부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통상 정책의 성과를 국내 각 경제 주체가 공유하면서 산업과 통상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통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메가 FTA 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지역경제 통합 논의의 핵심축 역할을 산업부가 앞장서 수행하겠다는 것 등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고 전문가들은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3년이 훌쩍 지난 지금, 현실은 당시의 주장이 허언이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개방 피해 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무역조정지원제도는 부실 중소기업의 융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좀비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피해 산업과의 소통을 목표로 만들어진 FTA 국내대책국은 조직이 오히려 축소됐고 ‘내부 협상’이라는 고유 업무에서 배제됐다. 통상절차법의 시행 또한 절차 충족이라는 형식에 매달려 치열한 공론화 과정이 사라졌다.

통상 정책의 성과 공유를 위해 산업부는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지만 중소기업의 수출과 해외 투자는 각국 비관세장벽에 막혀 무너지고 있고 일자리 창출은 힘든 거시경제 여건과 맞물려 지지부진하다. 국내 산업 피해에 대한 무역구제(반덤핑, 상계, 긴급수입제한조치 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담당 부서인 무역위원회의 조직과 인력은 변함이 없다.

특히 중국의 압력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뒤로 미루면서 산업부가 목표로 제시한 ‘지역경제 통합 논의의 핵심축 역할’은 아예 물 건너갔다. 중국과는 FTA 체결로 관세·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관세장벽은 손도 못 대고 있고, 우리 농산물을 과도하게 보호하면서 중국 시장을 열지 못해 한국산 주력 상품의 대중(對中) 수출 또한 한·중 FTA로 나아진 게 없다.

결국 2013년 6월 산업부가 ‘새 정부 신통상로드맵’에서 제시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상생형 통상국가 건설’이라는 슬로건은 새 정권 출범에 맞춰 급조된 정치적 구호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세부 실천방안으로 제시한 그 무엇도 지난 3년간 제대로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 방대한 산하기관, 공기업, 자회사 등을 거느린 공룡 산업부에서 ‘통상’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돈 쓰는 부서,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부서, 노후가 보장되는 부서인 ‘산업’과 ‘자원’ 부문에 근무하기 위해 ‘통상’에서는 조용히 시간만 죽이면 될 일이다.

통상 정책은 관료가 독점할 수 없는 공공재다. 하지만 품질 관리와 생산을 게을리하면 피해는 온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란 익숙한 현상이 지금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허윤 <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hury@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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