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체 신성장동력 주목받는 백판지
일반 인쇄용 종이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백판지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제지업체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백판지는 화장품 약품 과자 등의 케이스로 쓰이는 종이다.

제지업체의 간판 지종인 인쇄용지와 백판지는 물성이 다르다. 교과서 잡지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인쇄용지는 얇으면서도 잉크가 잘 먹는 게 특징이다. 백판지는 포장재인 만큼 두껍고 빳빳하면서 인쇄적성도 좋아야 한다. 백판지는 한쪽 면이나 양면에 표백화학펄프를 사용하고 중간층에는 파지나 쇄목펄프 등을 써서 만든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인쇄용지 국내 생산량은 2005년 304만t에서 2015년 292만t으로 10년 새 4%가량 줄었다. 반면 백판지는 이 기간 119만t에서 152만t으로 27.7% 증가했다.

인쇄용지 생산 감소는 스마트폰 전자책 등 인터넷 기기가 대중화한 데 따른 것이다.

백판지의 성장세는 화장품 과자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포장재를 고급화하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백판지 시장은 한솔제지와 깨끗한나라, 세하, 신풍제지, 한창제지 5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 중 한솔이 전체 시장의 약 38%, 깨끗한나라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가 8~13%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한솔제지의 지난해 백판지 매출은 4205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3495억원의 31.2%를 차지했다.

안익수 한솔제지 이사는 “백판지는 내수보다 수출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비중을 종전 50%에서 55%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현재 60만t 규모인 백판지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67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설비 보수를 통해 생산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다른 업체들도 시장성이 높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기영 SK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해까지는 해외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올 들어 원화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중장기적으론 백판지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져 노후설비에만 의존하는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구조조정을 견뎌내는 업체에는 백판지가 ‘캐시플로(cash flow)’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