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검찰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농협 임직원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농협법 개정안 갈등에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물 소비 위축 우려, 조선·해운사 부실 대출에 따른 대규모 손실 부담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현직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이뤄져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것이다. 농협 내부에서는 사업구조 개편 등 일련의 개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농협법 개정 갈등·대출 손실…쏟아지는 악재에 '망연자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선거는 개인 후보 자격으로 나가는 것이어서 선거 수사 대응과 관련해서는 농협 측에서 직접 나설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어수선한데 이런 일까지 겹쳐 난감하다”며 “일단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에 따르면 김 회장은 불법 선거운동 가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구성돼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준비해왔는데 잇따라 악재가 터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김 회장 당선 이후 복잡한 농협 사업구조 개편 마무리, 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 일선 조합 지원 강화, 비리 척결을 통한 조직 신뢰성 회복 등 개혁과제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직선제 선거부터 정부에 발목이 잡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중앙회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90여명 대의원이 투표로 중앙회장을 뽑는 현행 간선제를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호선제로 바꾸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회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까지 진행돼 일각에서는 250만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중앙회장에 대한 ‘손보기’ 차원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농협금융지주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농협금융은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에 대한 대출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추가 충당금 부담으로 2분기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