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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반전, 김숙의 뒤집기…'여성 혐오'에 하이킥

입력 2016-06-17 18:17:01 | 수정 2016-06-18 02:01:15 | 지면정보 2016-06-18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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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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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머릿결, 조근조근 읊조리는 듯한 말투. 지난 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히데코(김민희 분)는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 다른 여성 숙희(김태리)는 닳고 닳아 보이지만, 밝고 싹싹하며 모성애까지 갖췄다. 히데코와 숙희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쁘고 조신해 보이거나 혹은 엄마처럼 무엇이든 포용해줄 것 같거나.

지난 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기사 이미지 보기

지난 1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이 영화는 개봉 전 여성의 동성애를 다룬 퀴어영화 정도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여성은 코우즈키(조진웅)와 백작(하정우)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성적 억압의 틀을 강한 연대로 부숴버린다. 남성이 주도하는 대로 이끌려 가던 이들이 그들을 속이고 응징한다. 전형적인 여성상에 갇히지 않고 극의 흐름을 바꿔놓는 주체가 됐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로 영화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개봉 17일 만에 누적관객 수 342만명을 넘어섰다.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 혐오’를 이유로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현 시대에 문화적으로는 여성을 정반대로 재조명하는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콘텐츠 틀을 모조리 바꾸지 않는다. ‘아가씨’처럼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판을 바꾸는 역할을 남성 대신 여성이 맡을 뿐이다. 그런데도 충격적인 반전을 본 듯한 짜릿하고 통쾌한 ‘비(非)반전의 반전’이 이뤄진다.

단어를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은 사례도 있다.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맨 김숙의 멘트들을 보자. “여자 바깥일 할 때 따라오지 말랬잖아.” “남자는 돈 쓰는 것 아니다.” ‘남자’란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여자’가 들어가고 ‘여자’가 들어갈 자리에 ‘남자’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형화된 관념과 구조를 살짝 뒤흔든 것만으로 사람들은 파격적인 신선함을 느낀다.

‘걸크러시’란 말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걸크러시는 ‘girl(소녀)’과 ‘crush on(반하다)’을 합친 말로, 멋진 생각과 언행으로 여성들의 선망을 얻는 여성 혹은 선망하는 마음을 뜻한다. 김숙, 라미란 등이 나오는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대표적인 걸크러시 예능이다. 이들은 TV에서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던 ‘도전’에 나선다. 관광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버스 면허를 따고, 걸그룹 데뷔도 준비한다.

성별에 따른 역할 구별은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오래전부터 당연시됐다. 여성은 한 작품의 대상, 보조일 뿐이지 생산 주체조차 되지 못하기도 했다. 1989년 미국 뉴욕에서 논란을 일으킨 한 포스터를 보자. 여기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 하나?’ 메트로미술관의 근대미술 부문 작품 중 여성 미술가의 작품은 5%에 그치는 반면, 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의 85%가 여성을 소재로 한 것을 비꼰 문구다.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상적인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종속은 범세계적 관심이 됐고, 이로부터 일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밀이 살던 시기는 19세기다. 하지만 21세기인 요즘도 그의 말은 유효하다. 여성이 모든 콘텐츠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불균형에 의구심을 갖자. 그리고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일탈에 나서보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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