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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리포트] 길에서 5만원 주웠다가…"범죄자로 몰려 합의금 물어줄 판"

입력 2016-06-18 09:01:00 | 수정 2016-06-18 13:43:37 | 지면정보 2016-06-18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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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주부·학생도 비양심범죄에 빠지다

작년 점유이탈물횡령 2만4691건…5년간 연평균 35%씩 급증
순간의 욕심 못 참았다간 평생 전과자로 살 수도
1주일치 신문 가져간 할머니, '빨간 줄' 피하려 50만원에 합의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신용카드를 주워 장난삼아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인지 호기심이 생겨 편의점에서 담배와 음료수를 사고 5000원을 결제한 게 화근이었다. 1주일도 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챙기는 ‘점유이탈물횡령’에 ‘여신금융법 위반’과 ‘사기 혐의’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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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했던 호적에 ‘빨간 줄’이 그어지기 직전이었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피해자는 15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씨는 전과자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주고 합의했다. 순간의 욕심에 ‘비(非)양심범죄’를 저질렀다가 봉변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이나 가방, 휴대폰 등을 주웠다가 점유이탈물횡령으로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非양심범죄 1년 새 60%↑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은 2만4691건으로 한 해 전의 1만5511건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 6338건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35%씩 급증하는 추세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남의 물건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절도죄와 비슷하다. 하지만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절도죄와 구분된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서 몰래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가 되지만 관리자가 없는 도로에 떨어진 물건을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이다.

폐쇄회로TV(CCTV) 설치 지역이 늘면서 점유이탈물횡령이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점유이탈물횡령, 절도 등 생활범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 형사과 내에 생활범죄수사팀을 신설해 대응하고 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로 붙잡힌 사람들은 대부분 전과가 없는 일반인이다. 서울 성동경찰서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관내에서 적발된 58건의 점유이탈물횡령 범죄를 분석한 결과 38건(65.6%)이 평범한 회사원이나 자영업자, 대학생, 주부 등이 피의자였다. 주로 분실한 가방 지갑 휴대폰 등을 집어갔다가 걸린 사례가 많다. 현금과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을 주워가도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된다.

지난 1월엔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을 가져간 할머니가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반 소속 생활범죄팀은 ‘신문이 자꾸 없어진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와 조사에 나섰다. 처음엔 신문이 배달되지 않은 줄 알았는데 1주일째 신문이 사라진 점이 이상하다는 신고였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하자 한 할머니가 대문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중국 동포인 이 할머니는 손자를 돌보기 위해 아들 집에 잠깐 머물고 있었다. 그는 길에 떨어진 물건은 가져와도 상관없다고 여겨 손자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신문을 집어갔다고 했다. 피해액은 5000원 수준이었지만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됐다. 결국 이 할머니는 피해액의 100배인 50만원을 합의금으로 물어줬다.

합의금 수십 배 요구하기도

점유이탈물횡령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간 전과자가 될 수 있다. 우발적인 범행이 대부분이지만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적발된 뒤 돈이나 물건을 그대로 가져다주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즉결심판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즉결심판은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에 한해 관할 경찰서장이 신속하게 법적 처분을 내릴 것을 법원에 청구하는 약식재판이다. 이 경우엔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대학생 김모씨(22)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바닥에 떨어진 5만원권 지폐 한 장을 주웠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잠시 분실물 보관함에 맡길까 고민했지만 현금인데 어차피 주인을 못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운수 좋은 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1주일 뒤 경찰서에 불려갔다. 주변 CCTV 영상엔 그가 5만원을 줍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5만원을 잃어버린 피해자는 김씨에게 1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김씨는 합의금이 너무 많다며 거절했다. 즉결심판에 넘겨져 5만원 수준의 벌금형으로 마무리돼 전과자 낙인은 피했지만 며칠간 밤잠을 설쳐야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한 범죄는 즉결심판으로 끝나 범죄경력자료 등 전과가 남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식 재판으로 가면 벌금형 이상은 전과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하는 피의자들이 거액을 주고 피해자와 합의하는 일이 흔하다”고 전했다.

피의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피해금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합의금으로 물어달라고 요구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건을 주웠을 때는 즉시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에 갖다 줘야 한다”며 “잠깐의 욕심으로 인해 평생 전과가 남을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용/심은지/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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