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욱 / 박희진 기자 ]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스마트폰 가격이 싸질까.

[기로에 선 지원금상한제(상)]'보조금 대란' 기대해도 될까…이통3사 복잡한 셈법
휴대폰 지원금상한제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국내 휴대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말기 실구매가격이 얼마나 떨어질 지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유통점의 각각 셈법이 복잡한 가운데, 과거처럼 업계 과열 경쟁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일 이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 구매시 이통업체들이 제공하는 보조금의 상한액을 폐지키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과도한 보조금 지급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지원금상한제는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는 통신사 간 과잉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로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기존에도 지원금 상한액은 있었지만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단통법 시행 첫해 30만원이었던 상한액은 지난해 4월 33만원으로 오른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시 받는 지원금은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이 합쳐진 금액이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함께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상한제 폐지를 둘러싼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같은 업계라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회사마다 또 다른 입장이다.

이통업계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달갑지만은 않다. 과거처럼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전까지 국내 이통 3사는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비용 출혈에 시달렸다. 이통업계 입장에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가 떠오르는 셈이다.

다만 시장점유율에 따라 3사의 입장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특히 당장의 수익성보다 점유율 확대가 급한 회사일수록 타사 이용자들을 빼앗기 위해 지원금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져도 과거 '보조금 대란' 수준의 지원금 경쟁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가입자 포화로 매출이 정체된 이통사들이 예전만큼 지원금을 쏟아 붓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해진 파이를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이란 점에서 이통사들이 과거처럼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 지는 미지수다.

또 최근 이통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 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지원금을 늘릴 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5G 기지국 설립 등 이통사 입장에선 돈이 들어가야할 데가 많다"며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대규모 지원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 휴대폰 유통점들은 지원금상한제 폐지시 스마트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 휴대폰 유통점들은 지원금상한제 폐지시 스마트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중소 휴대폰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상한제 폐지 움직임을 반기고 있다. 대다수 업체들은 스마트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점들은 단통법 시행과 함께 보조금이 제한되면서 특정 통신사의 제품만 파는 대리점에 고객을 많이 뺐겼다. 통신사 이동 혜택이 줄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사를 이동하는 것보다 한 통신사에서 장기우대 고객으로 대우받는게 더 낫기 때문이다.

유통점 한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상한제 때문에 정말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에겐 단통법이 IMF와 같은 느낌이다"며 "단통법이 하루 빨리 없어져 중소 유통점들에 손님이 붐비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욱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