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연료전기차 택시가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 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투싼 수소연료전기차 택시가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 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빅토르 위고 대로. 15일(현지시간) 푸른 하늘 그림으로 래핑(포장)한 투싼 ix35 택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국땅에서 투싼 택시를 만났다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잡았다. 타보니 한국에서 타던 투싼과는 조금 달랐다. 엔진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조용한 데다 기어를 변속할 때 덜컹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택시기사 니콜라 프라지 씨에게 “한국에서 타던 투싼과 다르다”고 말을 건네니 “디젤 투싼이 아니라 수소연료전기차”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전기차처럼 소음과 진동이 적어 승객들이 좋아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 자랑스럽게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음 적고 환경오염도 없어”

파리 개선문 앞에서 잡은 택시, 타고보니 '꼬레~ 수소전기차'
이 투싼 수소차는 프랑스 벤처기업 STEP(파리지앵 전기택시 회사)이 소유하고 있다. 2009년 전기택시 벤처로 출범한 STEP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에서 투싼 수소차 5대를 구입해 수소택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추 가르디스 STEP 사장은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전기차보다 두 배 이상 길고 승차감이 좋다는 소비자 반응이 많아 사업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STEP은 수소택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현대차에 추가로 투싼 수소차 7대를 주문해놨다. 가르디스 사장은 “향후 1년 안에 투싼 수소차 70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며 2020년까지 수소택시를 600대 규모로 늘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개선문 앞에서 잡은 택시, 타고보니 '꼬레~ 수소전기차'
STEP의 수소택시는 세계 최대 가스업체인 프랑스 에어리퀴드가 설치한 전용 충전소를 활용한다. 에어리퀴드는 STEP의 지분 20%를 보유한 투자기업이기도 하다. 에어리퀴드는 STEP 전용 충전소 외에 올해 말 파리 남쪽 오를리공항, 내년 초 파리 북동부 샤를드골공항과 파리 서부 등에 수소 충전소를 열 계획이다.

투싼 수소택시에는 HYPE(hydrogen powered electric taxi service)라는 로고가 적혀 있다. 푸른 하늘을 담은 외관과 HYPE 로고 덕분에 수소택시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아직 차량 대수가 많지 않지만 수소택시를 타본 사람들은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회사원 에스더 카셀 씨는 “소음이 없어 차 안에서 파리 거리의 다양한 소리를 듣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며 “파리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 시급”

수소차는 연료탱크 속의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달리는 자동차다. 운행할 때 배출하는 것은 물뿐이다. 전기차는 현재 충전 시간이 급속 30분, 완속 4시간 이상이며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20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3분, 주행 거리는 400㎞가 넘는다.

세계에서 수소차를 상용화한 업체는 현대자동차(2013년)와 도요타(2014년)뿐이다. 단점은 대당 800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다. 현대차는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차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이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충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2013년 내놓은 수소차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80만대 보급, 충전소 600개 구축 계획을 내놨다. 2020년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후에는 차량 증가 상황에 맞춰 지원책을 다듬을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프랑스 방문에서 투싼 수소택시를 타본 뒤 상용차부터 우선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수소차를 활용한 대중교통 운행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물질이 전혀 없다는 점이 각광받고 있다. 스웨덴 택시회사 O2O는 투싼 수소차 택시 3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파리=장진모/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