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미·일 중앙은행] 일본은행 추가 양적완화 보류…일단 '실탄' 아껴
일본은행이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를 보류한 것은 오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본 뒤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통화정책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자칫 추가 양적 완화마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방안으로는 △연간 80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한도를 90조~100조엔으로 확대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 △상장지수펀드(ETF) 추가 매입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현재로선 브렉시트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렉시트 영향을 예의주시하겠다”며 “해외 중앙은행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추가 완화의 한계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은행과 가계의 반발이 강하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연간 국채 매입한도를 확대하는 것도 국채시장 유동성을 위축시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리면서 양적 완화를 통한 엔저(低) 유도 정책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상황만 놓고 보면 일본은행이 뭐든 손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개월 연속 하락하며 일본은행의 달성 목표인 ‘2% 달성’에서 한참 멀어졌다. 4월 실질소비지출도 증가폭이 둔화되는 등 회복세가 약해졌다.

일본은행이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임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여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가치 급등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근간부터 흔드는 악재기 때문이다. 지난 3년여간 엔저를 통한 기업실적 개선은 고용과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일본 경제 회복을 이끌어왔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