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오는 23일 예정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고용시장 지표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경기 하방 압력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금리인상 속도를 당초보다 훨씬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숨죽인 미·일 중앙은행] 옐런도 구로다도 브렉시트에 움찔…"미국 연내 한차례만 금리 올릴 듯"
○“불확실성” 12차례 언급

옐런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동결 배경을 40여분 동안 설명하면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열두 번, ‘맞바람’이란 단어를 다섯 번 언급했다. 그는 “경제활동이 강화된 것으로 보이나 최근 노동시장에서 혼재된 지표가 나왔고, 물가는 여전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등 맞바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2.2%에서 2.0%로 낮춰잡았다. 옐런 의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는 중요한 것”이라며 브렉시트도 우려했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FOMC 결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이어 “불안한 해외 상황과 미국의 부진한 생산성, 그리고 저조한 물가 등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FOMC 위원들은 적정 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치)를 연 0.875%로 제시했다. 3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으로 연내 금리를 두 번은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1회 인상(연 0.625%)을 주장하는 위원이 지난 3월 1명에서 6명으로 늘었고, 세 번 이상 올려야 한다는 위원은 7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 등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에 급격히 무게가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들은 또 내년 말과 2018년 적정 금리수준을 각각 연 1.625%(3월 전망치 1.875%)와 연 2.375%(3%)로 크게 낮춰 잡았다.

○인상 시기에 주목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이 언제 이뤄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FOMC는 올해 7월과 9, 11, 12월 네 차례 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금리 인상이 결정된다면 통상 기자회견을 하는 분기별 마지막 달, 즉 9월과 12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옐런 의장은 다만 “경제지표가 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금리 인상을 위한 완벽한 궤도 위에 있다고 판단되면 7월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은 앞으로 한 차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이 미국 국채선물 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7월과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각각 7.1%와 29.4%다. 11월과 12월 인상 가능성은 각각 30.9%와 47.4%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애널리스트는 “당초 7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FOMC 위원 17명 중 6명이 한 차례 인상을 예상했다는 소식에 전망을 수정한다”며 “9월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연 1회 인상을 주장한 FOMC 위원 중 옐런 의장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9월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