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강의평과 시험 기출문제(일명 ‘족보’)를 올리는 방식으로 학내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기부에 나선다.

서울대 학생들의 공식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운영진은 ‘강의평으로 만드는 따뜻한 기부’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캠페인은 청소 노동자, 기계·전기 노동자 등 학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휴식 환경을 개선하기 마련됐다. 서울대엔 20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이 근무 중이지만 이들의 휴식공간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기부액은 학생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학생들이 스누라이프 내 강의 관련 게시판인 ‘강의실+’에 자신이 들은 수업에 대한 평가를 올리면 300원이 기부된다. 중간·기말고사 기출문제를 공유하면 500원 기부금이 쌓인다.

스누라이프는 자체 광고수익 중 최대 200만원까지 이번 캠페인의 기부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학생들 입장에선 기부도 하고 강의에 대한 보다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조용훈씨(25)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강의평가를 올릴 수 있도록 동기도 부여하면서 기부도 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누라이프는 이달 16일부터 8월15일까지 두달 간 기부금을 모은 후 8월 말 근로자 휴게공간 개선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기부 캠페인이 시작된지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5만1800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스누라이프 운영진 대표 장영희씨(23·간호학과 4년)는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학내 근로자 분들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취지에서 기부 캠페인을 마련했다”며 “매학기 우리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새롭게 발굴해 기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