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반기업 입법’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옥시사태 등을 계기로 기업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입법 경쟁을 하는 양상이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인명피해 야기 기업 처벌법 입법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일에는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의 ‘기업살인(책임)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기업이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나 소비자에게 인명사고 등 막대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법인이나 최고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표 의원은 “기업과 국가가 무거운 책임을 인지하고 제대로 일한다는 공공의 신뢰가 있어야 진정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며 “기업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좋은 기업을 살리는 입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기업이 중대 주의의무 위반으로 개인이 사망하면 상한 없는 벌금형과 사건 구제·위반사실 공표 등을 담은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입법 선례로 소개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소비자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 쟁점과 도입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고의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일반 손해배상 수준을 넘어 더 무거운 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채 의원은 이날 지난 11년간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운영 경험을 토대로 집단소송 개시까지의 시간 단축 방안, 입증책임 문제와 증거개시절차 제도 도입 등을 심층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혁 당 전문위원은 현행법상 형사재판에만 도입돼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제조물책임·의료·금융 등 특정 소비자 피해사건에 한해 민사재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증권거래 범죄자들은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는 데다 빠른 결정을 하다 보니 범죄자 한 명을 잡기 위해선 전문가 100명은 있어야 하지만 국가가 감시 인력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한 번 잡혔을 때 일벌백계하고 (집단소송제를 통해) 손해 볼 액수를 크게 잡아놓으면 범죄를 저지르는 쪽이나 회사가 더 이상 그런 일을 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채 의원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가칭)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은정진/김기만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