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준비되고’ ‘일관된’ 정책이라는 방향성을 띠고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다. 미 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의회는 법적 절차를 완화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

미 의회가 지난해 6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법안 처리를 논의하면서 선결 법안으로 무역촉진권한법(TPA)과 무역조정지원법(TAA) 수정안을 처리한 게 대표적이다.

미 정부는 반덤핑(또는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 전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미국 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조사한 뒤 피해가 상당하다고 판단될 때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 TAA 수정안은 ITC가 산업 피해 조사를 할 때 미국 업체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조사 대상 기간 동안 실적이 향상됐다는 이유로 산업 피해가 없다고 판정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매출이나 총수익 등 외형뿐 아니라 채무상환 능력이나 자산 수익성까지 고려해 피해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TAA 수정안은 또 외국 기업들의 덤핑 행위를 조사할 때 해당 기업이 제대로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업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덤핑 마진을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지난 5월 말 중국과 한국의 내부식성 강판에 각각 최대 451%, 48%의 반덤핑 세율을 매겼다.

미국은 이런 보호무역정책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도 늘렸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제품 등에 대한 반덤핑 대응을 위해 예산을 10% 늘리고 38명의 무역집행관을 추가 채용했다. 철강 수입모니터링 및 분석시스템을 도입해 수입 상황을 실시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다른 수입 제품 통계는 보통 한 달 격차를 두고 집계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