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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 정부에 그 소비자, 폭스바겐이 무시할 만도 하다

입력 2016-06-14 17:25:28 | 수정 2016-06-15 00:07:00 | 지면정보 2016-06-15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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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고압적 자세가 목불인견이다. 무성의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 세 차례나 퇴짜를 맞았지만 달라질 기미조차 없다. 리콜계획서가 계속 반려되고 있는 것은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했다는 ‘임의 설정’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 정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 원본을 내라는 요구에도 극히 일부만 응했을 뿐이다.

지난해 ‘디젤 게이트’ 직후 미국에서는 바로 사과하고 대규모 리콜을 약속한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미국에서는 구체적인 소비자 배상액까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배상 움직임도 없다. 한국을 대놓고 무시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하무인식 대응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11년 일부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렇다 할 제재를 못 했다고 한다. 관련 법규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임의 설정’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들었지만 과징금이 너무 적어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지난해 폭스바겐 과징금이 141억원에 불과했던 것도 그래서다.

소비자들도 할 말이 없다. ‘디젤 게이트’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국 내 폭스바겐 판매는 사상 최고치였다. ‘선납금 없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덕분이었다. 이후 다소 주춤하더니 지난달에는 전월 대비 세 배나 팔리며 아우디와 합해 수입차 1위를 탈환했다. 올 들어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도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부도덕하게 공기를 오염시키든, 소비자를 기만하든, 원하던 수입차를 싸게 살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폭스바겐에 무시당해도 싸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치권이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면 어땠을까. 정치권이 앞장서고 이런저런 세력들이 가세해 온갖 규제와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뒤돌아 웃고 있을 폭스바겐의 눈에도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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