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용선료 인하 협상 조양호 회장이 직접 나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한진해운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에 직접 나서 힘을 보태고 있다. 한진해운은 오는 7월 말까지 외국 선주와 용선료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면할 수 있다.

한진해운은 14일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조 회장이 캐나다 컨테이너선주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과 만나 한 시간가량 용선료 인하와 관련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1만TEU급(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 컨테이너선 일곱 척을 시스팬으로부터 용선한 상태다. 시스팬은 12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 중 한 곳이다.

게리 왕 회장은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이 1160만달러(약138억원)가량의 용선료를 연체 중이며, 용선료 30% 인하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게리 왕 회장으로부터 용선료 조정 등에 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4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관리)을 체결하면서 오는 8월4일까지 채무 상환 유예를 받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7월 말까지 용선료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조건으로 자율협약을 맺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때문에 용선료 인하 등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진해운은 전체 보유 선박 151척 가운데 91척이 용선 선박으로 연간 1조원가량의 용선료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3년6개월 동안 부담하고 있는 용선료 2조6000억원 중 10~20%가량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외국 선주 22곳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용선료 협상 자문사는 영국계 로펌인 프레시필즈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이 1조~1조2000억원에 달한다며 대주주인 대한항공에 1조원 이상의 추가 출자를 요구한 상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