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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로스코…"광기·열정, 날것 그대로 연기"

입력 2016-06-14 17:23:22 | 수정 2016-06-15 00:22:17 | 지면정보 2016-06-15 A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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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드'서 미국 추상화 거장 로스코 역 맡은 강신일

예술가로 성공하며 겪은 고통 온몸 던져 표현하려 노력
송중기와 '태후' 찍으면서 '좋은 재목' 만난 느낌이었죠
다음달 10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 강신일은 “로스코의 열정과 광기를 ‘날것’ 그대로 표현하겠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제공기사 이미지 보기

다음달 10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 역을 맡은 배우 강신일은 “로스코의 열정과 광기를 ‘날것’ 그대로 표현하겠다”고 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배우가 한 작품의 ‘브랜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손숙의 ‘어머니’, 윤석화의 ‘신의 아그네스’, 박정자의 ‘19그리고80’(해롤드 앤 모드)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다룬 연극 ‘레드’의 강신일(56)도 그렇다.

2011년 국내 초연 당시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대본을 읽자마자 강신일 배우가 떠올랐다”며 그에게 출연을 요청했다. 공연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강신일은 “로스코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 로스코’라는 별명도 얻었다. 초연과 2013년 재연에 이어 지난 5일 막이 오른 연극 레드에서 세 번째로 로스코를 연기하고 있는 그를 공연장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초연을 봤던 한 관객이 며칠 전 ‘초연하고 느낌이 많이 달라요’ 하더라고요. 그 말이 참 듣기 좋았습니다. 배우가 세월의 간극을 거치면 작품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로스코의 그림이 정적이고 고요해 보여도 그 안에 굉장한 열정과 광기가 숨어 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까지 그가 겪은 고통을 ‘날것’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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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였다. 공연은 1958년 로스코가 ‘자본주의의 메카’와도 같은 포시즌스 레스토랑에 걸 벽화 작업을 하다 계약을 파기하는 과정을 그린다. 무대에서 조수 켄을 사정없이 몰아치는 모습에서 인정머리 없는 예술가처럼 보이다가,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떠올랐던 영감이 이내 사라져버리자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 같은 모습까지, 강신일은 영락없는 로스코였다.

1985년 극단 연우무대를 통해 데뷔한 그는 영화 ‘공공의 적’ ‘실미도’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2007년부터 5년간 암 투병을 하면서도 연기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윤 중장 역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 중 로스코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처럼 그에게는 고민이 없을까. “연극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자격지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연극이 기본이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야구와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달리기’가 기본이듯 말입니다.”

연극 레드는 예술을 논하는 듯하지만 결국 인생을 이야기한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갈등을 그린다. 파블로 피카소로 대표되는 입체파를 몰아내고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연 로스코는 또다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팝아트 화가들에게 밀려난다.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그에게 그런 순간이 없는지 물었다. 그는 “오히려 젊은 후배들을 보면 대견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송중기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가 화제가 됐다. 멋진 배우니까 앞으로 10년, 20년 오래 좋은 배우로 남으라는 내용이었다. 송중기는 드라마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다”고 밝혔다.

“연극계 후배들이야 워낙 식구같이, 친동생처럼 생각하며 지냈어요. 연극판에서 설경구와 정재영, 황정민 같은 후배들을 보면서 늘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했죠. 중기와 드라마를 하면서 오랜만에 그런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그를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찍자”며 달려온다. 하지만 그는 “잠깐 지나가는 일”이라고 했다. “인기에 취해 있으면 나중에 서운한 생각이 밀려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나이에 스타를 꿈꾸는 것도, 이름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니까요. 국민적 관심을 끈 작품을 함께한 데 대한 감사한 마음, 그 정도로 만족합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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