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삼성SDI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시험 공급받기로 한 데에는 2018년 시판을 목표로 예약 판매에 들어간 ‘모델3’의 글로벌 흥행이 영향을 미쳤다. 모델3 예약자가 40만명에 이른 가운데 테슬라는 2018년 50만대의 모델3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필요한 배터리는 25억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해온 일본 파나소닉이 단독으로 소화하기는 힘든 양이란 게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배터리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와 접촉했다. 테슬라 관계자들은 이들 회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잇따라 찾아 각 사의 기술 수준과 양산 능력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가 다른 회사보다 한발 앞서 테슬라에 배터리를 시험공급하게 된 것은 모델3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전동공구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삼성SDI는 지난해 해당 시장의 50%를 점유했다. 작년에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충전용량이 35% 늘어난 제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원통형 배터리는 각형 배터리나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효율은 낮지만, 제작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부품 중 단가가 가장 비싼 배터리를 원통형으로 채택해 모델3 등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췄다. 테슬라 입장에서 삼성SDI가 매력적으로 보인 이유로 꼽힌다.

다만 삼성SDI가 파나소닉과 비슷한 수준의 테슬라 핵심 배터리 공급처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일단 여러 회사에 제품 주문을 낸 뒤 만족할 만한 품질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