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한국 관광, 전문화 없이 미래 없다
아오란그룹, 중마이그룹 등 중국 기업들의 포상관광과 국제로타리 세계 대회 같은 국제 행사 참가자 등 다양한 목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관광객을 맞기 위한 국내 관광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년 관광산업 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2013년보다 4단계 내려가 말레이시아(25위)보다 낮은 29위에 머물렀다. 순위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부 평가항목이다. ‘관광 정책 및 여행 여건’은 82위로 최하위, ‘관광 인프라’도 40위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주변 경쟁국과의 관광객 유치 경쟁을 고려할 때 한국 관광산업에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다.

우선 관광산업의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 마케팅 전문가를 육성·활용해야 한다. 해외 정세와 글로벌 관광업 트렌드를 읽고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있어야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다. 이들에게는 마케팅 관련 지식은 물론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만큼 관광학과가 개설된 대학의 다양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나 정부 차원의 해외 경험 제공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관광 마케팅에는 국가의 역할이 빠질 수 없는 만큼 관광당국과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양한 관광상품과 관광객을 연결해주는 외국인 관광 전문 오퍼레이터도 중요하다. 외국 여행은 통상 출발지 국가의 여행사로부터 도착지 국가의 여행사가 수수료를 받고 관광객을 안내한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저가 한국 여행에서는 거꾸로 한국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일명 ‘마이너스 투어 피(fee)’나 ‘노 투어 피’ 관행이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 역시 전문 오퍼레이터 부재 탓에 빚어지는 손해라고 볼 수 있다. 국가 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전문 오퍼레이터를 육성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문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정규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객에게 맞춤형 안내를 할 수 있는 등급화된 전문 가이드도 필요하다. 선진국 관광시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관광가이드의 등급화, 관광객의 수준에 맞는 인력 배치, 숙소 추천 등 다양한 관광인프라가 일반화된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도 VIP 비즈니스 관광객과 국가 의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원활한 외국어 소통, 대처 능력과 매너를 갖춘 전문 가이드를 육성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이들 전문 가이드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하기에도 손색없어야 한다.

또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온·오프라인 연계(O2O)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광 분야에도 정보기술(IT)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이미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좋은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IT 전문가와 관광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수준에 맞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관광이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도 관광가이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의 전문성과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관광산업 발전은 힘들 것이다.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굵직한 글로벌 행사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문화된 한국 관광을 즐기고 재방문을 생각하며 돌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 바란다.

정명진 <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