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국이 IT 강국인 이유
요즘 중국이 한국보다 더 큰 IT(정보기술) 강국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최근 중국 IT업계에선 ‘다수쥐(大數据·빅데이터)’ ‘우롄왕(物聯網·사물인터넷)’ ‘서자오왕뤄(社交網絡·소셜네트워크)’ 등이 핫이슈다. 알리바바나 마이진푸 바이두 위챗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은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업종 간 융합을 통해 신상품과 신모델을 창조하며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중국 IT산업이 세계적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시장 규모가 크다. 둘째, 정부가 강력한 자국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한다. 셋째, 기업가 정신을 지닌 젊은 IT 인재가 많다.

IT 관련 사업은 최고경영층 철학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중국 대표 기업이라 하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앞으로 3년 후 생존을 장담 못 한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기업조차 백척간두에 몸을 맡기고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IT사업은 현재보다 미래 시장이나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춘다. 한국이 과거와 현재에 매몰된 사이 중국 대기업 경영자는 미래를 얘기한다. 한국 IT 기업가들이 진정성을 갖고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한국의 대학교수는 학생들에게 주로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난 텅빈성 중국 장강상학원(CKGSB) 교수는 “중국 학생들에게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미래와 창업을 논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는 배경엔 젊은 인재들이 곳곳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열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강점이던 의류와 전자,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다. IT 분야도 상당한 영역에서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우수한 젊은이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시험 또는 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청춘을 학원과 독서실에서 보낸다. 이른바 ‘SKY’ 대학 이공계 학생 중 상당수가 의학전문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젊은 청년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단절로 인한 단견(短見) 프레임에 갇혀 있어 안타깝다. 이것이 필자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중국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조평규 <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