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는 ‘막판 테스트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같은 날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가 출시한 신제품 ‘피콕반점’ 사진이었다. 1100여명의 네티즌이 이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오후 3시에 근처 이마트에 가보니 일부 제품은 다 팔리고 없더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첫날부터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며 “하반기에 칠리새우, 멘보샤 등 피콕반점 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진의 입, 피코크 날개 달아주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8만4000명

정 부회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가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 PB인 피코크와 노브랜드가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 SNS에서 정 부회장은 이마트 PB상품을 직접 소개하는가 하면 상품 개발 과정을 공유한다. 그의 게시물을 챙겨보는 구독자도 많다. 정 부회장의 페이스북은 31일 기준 4만1326명이 구독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yj_loves)은 8만4000명이 구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마트 최고의 마케터는 정용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페이스북에 뜬 과자 매출 2배↑

지난 3월26일에는 페이스북에 “용기는 저금통이나 초콜릿, 캔디 박스 등으로 활용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라며 노브랜드의 ‘애니멀 크래커즈’ 상품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올렸다. 이 상품은 페이스북 게시 뒤 2주간 매출이 게시 이전 2주 대비 94.5% 뛰었다. 정 부회장은 한 번에 한두 가지 상품을 짤막한 설명과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작년 7월 출시된 피코크 ‘홍대초마짬뽕’도 그의 SNS 덕을 봤다. 출시 사흘 전 정 부회장이 이 상품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시중에 나온 지 20일 만에 6000개 이상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홍대초마짬뽕은 꾸준히 인기를 끌며 지난 10개월 동안 2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불닭볶음면 ‘먹방’에 ‘재벌삼촌’ 별명

정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 사진도 화제가 된다. 작년 10월에는 밤늦게 불닭볶음면을 먹은 뒤 빈 그릇 사진과 함께 “그렇게 운동하면 뭐 하냐. 잘난 척할 때 진작에 알아봤다”며 후회하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재벌삼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이 외에도 점심을 ‘점띰’이라고 쓰고, 선글라스를 쓴 채 찍은 ‘셀카’ 등을 올리면서 ‘친근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어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SNS 마케팅에 힘입어 자체브랜드를 적극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1일 개국한 방송제작센터에서 이마트 PB 홈쇼핑 방송을 제작해 T커머스인 신세계TV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피코크 매출은 2013년 340억원에서 작년 1270억원으로 2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15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200종에서 작년 600종으로 늘어난 제품 종류를 올해는 1400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