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의 모바일게임 ‘뮤 오리진’은 중국의 킹넷이란 모바일게임 업체가 개발했다. 원작이 웹젠의 온라인게임 ‘뮤’이지만, 모바일게임 버전은 중국 업체가 제작했다. 조이시티가 곧 선보일 ‘프리스타일 모바일’도 원작 온라인게임은 조이시티의 작품이지만, 모바일용은 중국 아워팜이 개발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원작이 한국산이더라도 모바일게임은 중국이 훨씬 더 잘 만들고 있다”며 “한국이 개발한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중국 회사가 만든 모바일게임을 사오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 수 아래?…어느새 모바일게임 고수로 큰 중국
◆중국의 게임 개발력 “한국보다 낫다”

중국의 모바일게임 개발 역량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 개발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선희 네시삼십삼분 이사는 “중국 게임은 몇 년 전까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한국 게임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제2, 제3의 뮤 오리진을 찾는 한국 업체가 중국 게임사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의 질적 성장은 한때 웹 기반 게임을 만들던 수천명의 현지 개발자들이 트렌드 변화에 따라 3~4년 전부터 모바일게임 제작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준급 개발인력이 다수 유입되자 게임의 수준이 대폭 향상됐다.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 엔진이 지난 23일 중국 룽투게임즈의 한국법인인 룽투코리아에 1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도 경쟁력 있는 중국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혼자 즐기는 액션 RPG 장르가 주류인 한국과 달리 중국은 모바일게임 초기부터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하는 방식의 MMORPG 개발에 강세를 보였다. 룽투코리아는 다음달 초 카카오를 통해 출시 예정인 MMORPG ‘검과 마법: 다시 만나는 세계’를 비롯해 모회사 룽투게임즈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 5개의 한국 판권을 확보했다. 검과 마법은 사전예약 시작 3주 만에 등록자 80만명을 돌파하며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쏘기 게임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마일게이트도 현지 업체와의 협력에 나섰다. 중국의 우수한 게임 개발사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자사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인 오렌지팜에 입주시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작품성에 흥행성까지

중국산 게임들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작년 4월부터 웹젠이 서비스 중인 MMORPG 뮤 오리진은 1년 넘게 흥행을 이어가며 30일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위에 올라있다. 홍콩의 이펀컴퍼니가 개발하고 자회사 이펀컴퍼니코리아가 3월부터 서비스 중인 ‘천명’은 출시 이후 순위가 꾸준히 올라 지난주 4위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산 게임이 인기를 끌자 업계에선 앞다퉈 중국 게임을 도입하고 있다. 카카오는 중국 라인콩에서 개발한 ‘촉산’을 6월 중 출시할 계획이고 조이시티는 프리스타일 모바일을 올 하반기 선보인다. 조성원 조이시티 사장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화웨이나 샤오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게임업계에서도 중국 게임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며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흥행성과 작품성이 검증된 작품에 눈독을 들이거나 아예 개발단계에서부터 중국 업체와 협력하려는 국내 게임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