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가격에 대한 규제가 35년 만에 전면 폐지된다. 유통업체나 제조업체의 경품행사에 고가 수입 자동차와 아파트 등이 예전보다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간 경품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져 소비자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월부터 벤츠·아파트도 경품으로 나온다
◆가격 인하 효과 기대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경품고시 폐지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 경품고시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추첨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는 경품(소비자현상경품)의 가격 한도를 2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경품 총액도 경품을 건 제품 매출의 3%를 초과할 수 없다. 경품고시 폐지안은 20일간의 행정예고와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982년 마련된 경품 규제가 35년 만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상품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공개현상경품’과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소비자경품’에 대한 규제는 각각 1997년과 2009년 폐지됐다.

공정위는 소비자현상경품 가격 규제가 폐지되면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이 촉진돼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생 기업이 고가 경품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높일 수도 있다. 유성욱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경품 마케팅은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있어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가격 비교가 쉬워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경품으로 인해 소비자 선택이 왜곡될 우려는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다양해진 마케팅 전략

유통업체들은 대체로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상품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아파트(6억원 상당), 우주여행상품권(2억원 상당) 등을 경품으로 제시한 경험이 있는 롯데가 억대 경품을 걸고 구매와 연동한 행사를 연다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응모권을 주는 것보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여는 것이 객단가를 높이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체들도 소비자현상경품 가격 규제 폐지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롯데월드 배스킨라빈스 등은 제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마케팅 행사를 펼친 적이 있다.

고가 경품 지급 행사가 당장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 명에게 고액의 경품을 주기보다는 모든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의 경품행사를 그동안 계속 벌였다”며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경품행사를 열고 있는 면세점들도 일단 시장 변화를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판단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무조건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괜히 매출과 경품을 연동했다가 다른 면세점으로 옮기는 관광객이 나오는 것보다는 모든 방문객에게 경품 응모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강진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