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정피아’(정치권 출신 인사)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5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위기를 맞은 데는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떨어진 사외이사들이 경영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못 한 것도 원인이란 지적이다. 2000년 대우조선 출범 이후 사외이사를 맡았던 30명 중 60%인 18명이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와중에 '보은 인사'…대우조선에 또 '정피아' 의심 사외이사
대우조선은 다음달 13일 주주총회를 열고 김유식 전 팬오션 부회장 겸 관리인과 조대환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조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2010년)에 세운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조선해양 및 경영과 관련된 경력은 없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제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보은인사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조 변호사와 김 전 부회장이 새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이상근 현 사외이사가 물러나면 다섯 명의 사외이사진 가운데 세 명이 정피아로 채워진다. 조전혁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친박계 유정복 전 새누리당 의원(현 인천시장) 보좌관을 지낸 이영배 씨 등이 이미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종구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까지 사외이사로 있다가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했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와 자유총연맹 이사 등을 지내 보수인사로 분류되는 고상곤 씨,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한 김영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등도 대우조선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지냈던 윤창중 씨는 선임 9개월 만에 대우조선 사외이사직을 그만두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출신은 김시형 전 회장 및 허종욱 전 이사 등 두 명이다. 김수동 전 특허청장, 정동수 전 환경부 차관, 송옥환 전 과학기술부 차관 같은 관료 출신도 대우조선 사외이사로 일했다. 김호태 전 사외이사는 대우조선 전무를 지낸 ‘한 식구’다. 역대 사외이사 30명과 이번에 선임된 2명 등 총 32명 가운데 조선해양 관련 전문가는 김형태 전 사외이사(당시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한 명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계나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 사외이사가 대우조선의 부실 경영에 어떤 견제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2013년부터 대우조선 상황이 위험해졌는데도 문제를 제기한 사외이사가 없었다는 사실은 낙하산 사외이사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의 비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앞으로 해양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겠다”고 했지만, 낙하산 관행은 끊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49.7%)이고, 2대 주주는 금융위원회(8.5%)다.

도병욱/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