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이도동 봄솔식당의 주인 정옥선 씨(왼쪽)가 지난 25일 박영준 호텔신라 셰프(가운데)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정지은 기자
제주시 이도동 봄솔식당의 주인 정옥선 씨(왼쪽)가 지난 25일 박영준 호텔신라 셰프(가운데)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정지은 기자
10년간 설거지, 청소 등 식당 보조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2014년 작은 보신탕 가게를 열었다.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루 평균 손님은 3~4명에 불과했다. 하루 매출은 많아 봐야 3만원이었다. 아예 손님 한 명 없이 허탕을 친 적도 있었다.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식당에 매일 손님들이 붐빈다. 호텔신라의 제주 영세 자영업자 돕기 프로젝트인 ‘맛있는 제주 만들기’를 통해 희망을 찾은 정옥선 씨(54) 얘기다.

정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이도동 봄솔식당에는 평일에도 손님이 꾸준히 몰렸다. 정씨는 “하루 평균 매출이 30만~40만원이고 많은 날에는 50만원까지 번다”며 “과거엔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맛있는 제주 만들기’는 호텔신라가 영세 자영업자들의 재기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 2014년 2월 시작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주방설비와 인테리어 개선은 물론이고 식당 메뉴와 조리법, 서비스 교육을 제공한다. 8호점으로 선정된 봄솔식당은 호텔신라 셰프의 조언으로 대표 메뉴를 제주산 돼지고기와 낙지를 볶은 ‘불낙볶음(1만원)’으로 바꿨다. 8000원에 돔베고기, 계란찜, 고등어구이, 강된장을 맛볼 수 있는 ‘봄솔정식’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정씨는 “노하우 없이 식당을 운영할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장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식당을 찾아와 손을 잡으며 격려해준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큰 도움을 받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더 이상 하루 벌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직 꿈만 같다고 말했다. 월세살이를 하다가 올해 처음 집도 장만했다. 그는 “예전에는 장애가 있는 막내아들을 포함해 세 자녀를 키우는 게 버겁고 힘들기만 했는데 지금은 삶에 희망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정씨는 “이제 우리 식당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며 “더욱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께 보답하며 식당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