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맞을 준비 돕는 건 건강 사회 만드는 길"
“자, 이제 ‘태아 명상’을 해 보죠. 어깨에 힘을 빼고, 손을 배에 올리고, 눈은 살짝 감은 상태로 여러분이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크게 호흡하면서 온몸의 기관에 신선한 산소를 들여보내고, 나쁜 기운은 내보내세요. 그리고 아기에게 속삭여주세요. 사랑한다. 우리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지난 25일 인천 청학동 연수광장프라자 나우베베 파티하우스 인천점에서 열린 ‘배시시 산모교실’의 강사로 나선 황오숙 마블러스자연주의감성출산 대표(60·사진)는 이날 참석한 임신부 150명에게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연했다. 임신부들은 강의를 경청하며 그가 소개하는 태아 명상과 태아 교감 마사지 동작을 따라 했다. 그는 “오늘도 새벽 3시에 출산을 돕고 왔다”며 “한 달에 15~20명의 아기를 직접 받고, 곽생로산부인과, 동탄제일병원 등 마블러스와 제휴한 병원들에서 매달 100여명의 출산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국 산전·산후조리계의 대모’로 꼽힌다. 1997년 사임당산후조리원을 열어 시스템화된 산후조리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산후조리원을 처음 열 당시는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였어요. 그때 한 인터뷰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 사업은 도태될 것’이라는 기자들에게 ‘분명 산후조리 문화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대답했죠. 그게 현실이 됐고요.”

그가 산전후 조리와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을 둔 것은 1980년대부터다. 공주간호전문대(현 공주대 영상보건대학) 졸업 후 1980년 충남 조치원에서 보건의료원(의사가 없는 벽촌에 파견되기 위해 의사 교육을 받은 특수 간호사)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산모를 만난 것이다. “남편이 군인인데 지방에서 복무해 저도 그 지역에서 일하게 됐죠. 그때는 산후조리를 집에서만 했지, 산부인과나 외과 의사들도 산모의 몸에 대해 잘 몰랐어요. 허리가 아프다는 산모에게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있으라’는 게 처방이었으니까요. 보다 못해 산모를 마사지했는데 그게 산모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황 대표는 “처음엔 산후조리에만 집중하다가 계속 일하다 보니 산전 관리와 태교, 출산 과정과 산후조리가 모두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엄마와 아이의 소통을 중시하는 자연주의 출산과 산전후 조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회음부 절개나 유도분만과 같은 의료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산모와 아기가 출산을 주도하는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새 생명을 맞을 준비를 돕는 건 사회를 건강히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태아 시절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라면서 엇나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요즘 들어 엄마들이 임신과 출산을 지나치게 본인 위주의 ‘이벤트’로 간주하는 것 같다”며 “모든 과정이 과도하게 엄마에게만 치중돼 있고 정작 아이가 소외되는 게 현실”이라고 일침을 놨다. “산전후 조리와 출산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 진짜 이유는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 강화입니다. 대부분 엄마들은 산후조리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누리는 것’이라고 착각해요. 출산 준비나 산후조리를 할 때도 과시욕이 작용하는 것 같고요. 임신과 출산은 인생의 중대사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