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반도체 전쟁'…美 "한국, 동참하라"
미국 정부가 ‘중국의 국가 주도 반도체산업 지원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 업계에 공조를 요청했다. 중국이 반도체에 막대한 투자를 해 철강과 같은 과잉 생산, 가격 폭락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지난 17일 중국 냉연강판에 최고 522%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며 촉발된 미·중 간 철강전쟁이 반도체로도 확전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18~20일 방한한 마커스 자도트 미 상무부 차관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을 각각 만나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했다. 자도트 차관보는 우리 정부 고위 관료를 만나서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 지원으로 세계 각국이 산업 피해를 본 사례로 철강을 들었다. 미국 한국 등의 철강업계는 중국 철강사들이 과잉 생산한 철강제품을 덤핑 수출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발(發) 철강 공급 과잉에 우려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장악하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사이버 안보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도트 차관보 일행은 한국에 이어 일본과 대만도 방문해 비슷한 공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중국 견제를 내심 반기면서도 자칫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의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