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닝 "모든 혁신 아이디어 90일 단위로 검증"
165년간 유리 관련 산업에서 혁신을 거듭해온 미국 코닝. 이 회사는 3년 반 전 최고혁신책임자(CIO:chief innovation officer)란 생소한 직책을 신설했다. 많은 아이디어 중 무엇에 투자하고, 그 투자를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방한한 코닝의 CIO 마틴 커랜 총괄부사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기술자가 인류 최초의 기술을 발명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쓸지 모른다면 그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느냐”며 “나의 일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빨리 상용화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커랜 CIO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가정 관리(assumption management)”라며 “연구의 토대인 가정을 끊임없이 점검해 오류가 있거나, 혹시 상황이 변했다면 프로젝트를 수정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코닝은 이런 연구개발(R&D)을 거쳐 고릴라글라스, 광섬유, 세라믹담채 등 많은 혁신 제품을 만들어냈다.

▷코닝은 수많은 혁신을 해왔다. 비결은 뭔가.

“코닝은 160여년간 특수유리, 세라믹, 광학분야 등 잘 아는 곳에 집중하고 많이 투자했다. 업계 평균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4%인 반면 코닝은 9%에 이른다.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18%로 업계 평균(8%)의 두 배를 넘는다.”

▷아이디어는 많을 것이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어떤 잣대로 개발할 기술을 결정하는가.

“80%의 R&D 예산을 강점을 가진 분야에 투입한다. 우리는 세라믹·특수유리·광물리학 등 세 개의 핵심기술과 증착·정밀 성형·퓨전·압출 등 네 개의 제조기술, 광통신·모바일 소비자 가전·디스플레이·자동차·생명공학 용기 등 다섯 개의 시장에서 세계 최고다. 여기에 투자를 집중해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인다. 나머지 20%의 예산은 이와 관계없는 생소한 기회에 투자한다. 위험이 높지만 잠재적 보상도 클 수 있어서다.”

▷개발하다 보면 중단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골라내나.

“난 매일 모든 프로젝트는 90일 계획만 있다고 말한다. 연구 중인 기술은 90일 단위로 끊어 다음 90일간 계속 연구해야 할지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새 돈을 투입할 때마다 그 프로젝트의 기본 가정을 재점검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잘못된 가정을 발견하면 프로젝트를 수정하거나 중단시킨다.”

▷가정 관리를 통해 성공한 예라면.

“차량용 유리로 개발한 고릴라글라스는 가정을 검증하며 점점 시장가치가 높아져 왔다. 처음엔 얇은 고릴라글라스를 차에 적용해 경량화하면 연비가 좋아질 것이란 단순한 가정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충격에 강한 덕분에 운전 중 날아오는 돌 등에도 깨지지 않아 안전도가 높아졌다. 선루프에 쓰면 가벼운 만큼 무게중심이 낮아져 운전조작 반응 속도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미세한 흠조차 없어 헤드업디스플레이(HUD)용으로도 완벽하게 쓰일 수 있다.”

▷실패한 기술도 있는가.

“2012년까지 많은 돈을 들여 태양광판에 쓰이는 박막유리를 개발했다. 30년 이상 쓸 수 있는 최고의 유리를 제작했다. 하지만 태양광산업이 침체에 빠져 상대적으로 비싼 코닝 박막유리에 대한 수요가 사라졌다. 시장이 변한 것이다. 사업을 청산해야 했다.”

▷코닝은 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했던 기술이 수억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발전한 경우가 있다. 당시 경영진은 ‘이론적으로는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계속 해보자’는 식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며 개발을 계속해왔다. 경영진은 이를 영속기업으로서의 DNA라고 인식한다. 광섬유만 해도 1970년에 발명했는데 첫 대량 주문을 받은 것은 1982년이었다.”

▷한국에는 소재 등에 장기 투자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반도체만 해도 양산기술은 강하지만 소재 장비 등은 외부에 의존한다.

“세계 최고의 양산 능력을 갖췄다면 그것도 혁신이다. 혁신은 여러 방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혁신의 결과물은 매출, 수익, 일자리 창출이다. 각 기업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혁신을 이루면 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