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지난 21일 내보낸 황재근 디자이너(왼쪽)의 쿠니 티셔츠 판매방송.
현대홈쇼핑이 지난 21일 내보낸 황재근 디자이너(왼쪽)의 쿠니 티셔츠 판매방송.
TV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유명한 황재근 씨는 지난 21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쿠니’ 브랜드의 여름용 반팔 티셔츠를 판매했다. 3종의 가격은 7만9000원. 홈쇼핑 티셔츠 상품이 보통 5종 세트에 6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개당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쌌지만 준비한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이날 현대홈쇼핑은 50분 만에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단·봉제 기법 등 고급화

홈쇼핑에서도 비싼 패션 상품들이 팔리기 시작했다. 홈쇼핑업체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원단과 봉제 기법을 고급화하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홈쇼핑에서는 티셔츠와 블라우스 등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는 5~6종 세트에 6만원, 겉에 걸치는 아우터웨어는 16만원이 넘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가격 저항선’이 있었다. 홈쇼핑 패션은 고급스러움보다는 싼 값에 사서 입는 옷이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상품기획자들이 고급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서를 가져가도 임원들에게 깨지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불황에 빠진 홈쇼핑들이 마진이 높은 고가의 패션 상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트렌드 사업부장(상무)은 “초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았지만 제품을 구매해본 사람들이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 후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가격 저항선을 넘는 프리미엄 상품 비중이 2013년 1.9%에서 올해 1~5월엔 15%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저가' 이미지 벗은 홈쇼핑, 비싼 옷이 팔린다
현대홈쇼핑이 패션 고급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 수 있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부문 계열사인 한섬과의 협업 덕분이다. 한섬은 지난해 현대홈쇼핑 전용 브랜드 ‘모덴’을 개발했다. 모덴 의류에는 한섬의 최고급 브랜드인 타임과 마인에서 쓰이는 ‘지그재그 스티치’ ‘핸드메이드 봉제’ 기법이 적용돼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봉제선이 기존 홈쇼핑 패션 대비 26%가량 많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 인기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 판매한 모덴 캐시미어 100% 니트는 19만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시즌 종료 전 매진됐다.

김 상무는 “올해 하반기 한섬과 협업한 남성복 전문 ‘모덴 옴므’를 비롯해 20여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캐시미어, 실크, 앙고라, 라마 등 고급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

다른 회사들도 ‘디자이너 브랜드’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뉴욕 출신 디자이너 베라 왕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에만 언더웨어, 의류잡화, 침구 등 다양한 베라 왕 브랜드의 여름 신상품을 판매해 20~30대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조일현 CJ오쇼핑 패션사업부장은 “차별화된 디자인의 해외 패션 브랜드를 독점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하반기에 2~3개 패션 브랜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은 손정완, 김서룡, 홍혜진 등 국내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 매출은 1000억원을 넘었다. 이달에는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 사이먼 스캇의 선글라스를 독점 판매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