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첫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헌화·연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후 일본의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자리에서 히로시마 비극 재발 차단에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도착해 위령비에 헌화한 뒤 가진 연설에서 지구촌은 "히로시마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한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한 연설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유일한 나라로서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1년 전 하늘로부터 떨어진 죽음이 세상을 바꿔 놨다"며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건을 상기했다.

그는 폭탄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인간성을 담보하지 않는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이번 히로시마행에 대해 전쟁에서 숨진 무고한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히로시마) 도시 한가운데 서 있다"며 "폭탄이 떨어졌던 순간을 상상하며 우리는 '침묵의 울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곳 히로시마에 왔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들(희생자들)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게 해야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 된다"며 "그리고 역사를 제대로 직시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그 운명의 날 이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고 밝힌 뒤 "미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우정을 키워왔다"며 적에서 동맹으로 변한 미일동맹을 강조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언급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10만 명 이상의 일본인 남성과 여성, 아이들, 수천명의 한국인, 십여명의 미국인 포로들을 애도한다"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의 존재를 일본·미국인 희생자와 함께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를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