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성훈 씨(22)는 이따금 가족과 함께 경기 용인 에버랜드를 찾는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절대 타지 않는 50대 중반의 아버지가 “‘티익스프레스’는 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대기하는 줄이 그리 기냐”고 물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높은 곳에서 훅 떨어질 때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씨는 최근 가족과 에버랜드를 찾아 아버지를 티익스프레스 가상현실(VR) 체험관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에서 약 3분간 가상체험을 끝낸 정씨의 아버지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들, 이거 진짜처럼 재미있는걸. 세상 좋아졌다.”

정씨는 “에버랜드가 몰라보게 달라진 덕분에 아버지와 함께 색다른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며 웃었다.
'IT랜드' 에버랜드
IT로 무장한 에버랜드

요즘 에버랜드를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선 “에버랜드가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에버랜드가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테마파크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올해 개장 40주년을 기념해 IT를 활용한 차별화를 선언했다. 차별화 선언은 생존을 위한 선언이었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경험해 본 이용객이 많아지자 에버랜드는 고민에 빠졌다. 이용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려면 변신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간판 콘텐츠 ‘해리포터관’ 같은 시설을 지으려면 수천억원의 투자비용이 든다. 값비싼 새 시설을 들여오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은 고민 끝에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보유한 IT 노하우를 에버랜드에 적용하기로 했다. 작년부터 관련 기반을 다져 올해 들어 속속 IT를 도입하고 있다. 올 들어 새로 구축한 IT 기기 수만 100개가 넘는다.

실감 나는 VR 체험

지난 22일 찾은 에버랜드에선 VR 체험관뿐 아니라 스마트 예약, 가상화폐 등 다양한 IT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다. 티익스프레스 VR 체험관에는 이용객이 꾸준히 몰렸다. 체험관은 롤러코스터 형태의 4차원(D) 시뮬레이션 좌석 20개로 꾸며졌다.

이곳에 앉아 삼성전자의 ‘기어 VR’과 헤드셋을 끼니 가상체험이 시작됐다. 가상체험을 하는 동안 이용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손을 머리 위로 들기도 했다. 디지털 체험 학습관 ‘프라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VR, 증강현실(AR) 기술로 체험할 수 있었다.

줄 서는 게 즐겁다

시설 이용도 IT를 적용한 덕분에 편리해졌다. 1주일 전에 내려받은 에버랜드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구입하니 매표소에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됐다. 블루투스 기반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비컨을 활용한 안내 서비스였다. 가는 길에 퍼레이드나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 있으면 수시로 알림 메시지가 떴다. 번거롭게 지도를 펼칠 필요도 없었다. 앱을 통해 현재 있는 위치와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앱에서 미리 구매한 가상화폐로 식당과 매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 기다리면서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생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판다월드나 로스트밸리 등 주말이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시설에는 대기동선 곳곳에 태블릿PC, UHD(초고화질) TV 등을 통해 다양한 대리체험 콘텐츠를 마련했다.

에버랜드의 IT 적용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IT를 통한 차별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이달부터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대상으로도 IT 콘텐츠 적용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