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인수 포기한 우오현 "실사 후 망연자실, 이대로 인수 못해" 결론
“우리가 SPP조선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지난 1월에도 조선산업 상황은 나빴고,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조선산업에 희망이 있다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채권단의 완고한 태도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됐습니다.”

중형 유조선 전문 조선사 SPP조선 인수를 추진한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사진)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3월 양해각서(MOU)를 맺을 때만 해도 채권단의 설명을 믿었지만, 실제 정밀실사를 하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며 “SPP조선을 이대로 인수했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SM그룹에 이날까지 매각계약 체결에 대한 입장을 달라고 얘기했지만, SM그룹이 답을 하지 않아 매각은 무산됐다.

▶본지 5월26일자 A5면 참조

우 회장은 “실사를 해보니 채권단 설명과 다른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며 “당장 도크(선박 건조시설) 공백기 6개월만 버티면 꾸준히 일감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공백기는 1년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건조 중인 선박 대부분은 인도할 때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흑자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 틀렸는데 어떻게 그대로 인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채권단은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했지만, SPP조선의 현재 인력은 적정 인원(300명)의 두 배인 600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우 회장은 “이대로 인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인수비용을 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지난 19일 만난 채권단은 ‘MOU에 있는 조건 하나도 바꿀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의 분위기는 ‘어떻게든 빨리 털고 나가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