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을 위한 ‘전관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홍 변호사는 탈세 의혹에 대해 사실상 인정했지만 정 대표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날 홍 변호사를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검찰청사에 나온 홍 변호사는 탈세 의혹에 대해 “퇴임 이후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던 건 맞다”며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2011년 9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나와 변호사 사무실을 연 홍 변호사는 이후 서초동 일대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한 해 신고한 소득만 91억여원이다. 하지만 홍 변호사는 다른 사건을 맡아 벌어들인 거액의 수임료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설립한 A부동산업체를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A사를 통해 오피스텔과 상가 등 10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변호사는 이혜경 전 동양 부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등의 사건에서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실로 드러나면 탈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몰래 변론 자체로도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이날 “몰래 변론 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정 대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을 상대로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몇몇 변호사와 협업하고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변론 범위 내에서 일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정 대표의 상습 해외 원정도박 사건에서 항소심의 구형량을 1심보다 낮추고, 보석 신청에 대해 ‘법원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적의처리 의견을 냈다.

탈세 혐의만 인정한 홍 변호사의 이날 해명에 대해 “예상된 반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 변호사 소환 이전부터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탈세에 대해서는 수사하겠지만 전관 로비 수사에는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검찰은 정 대표 등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으로 구속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에게서 재판부 교제 청탁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