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급진전됨에 따라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전망도 밝아졌다.

현대상선과 26일 용선료 인하에 합의한 다나오스, 조디악 등 선주들은 한진해운에도 컨테이너선을 빌려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상태에 빠지면 미납 용선료를 떼이기 때문에 선주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용선료 인하에 합의 의사를 보였을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한진해운 협상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151척(컨테이너선 100척·벌크선 51척, 4월 말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해외 선주로부터 빌린 선박이 91척(컨테이너선 63척·벌크선 28척)이다. 이 배들의 용선료로 지급해야 할 돈이 올해 9288억원이다. 한진해운은 이달 들어 23곳의 외국 선주와 선박 60여척의 용선료를 깎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선주 중엔 선박펀드가 많아 용선료 인하 협상이 현대상선에 비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선주의 절반 이상이 선박펀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며 “용선료를 인하할 권리가 없는 선박펀드 운용자들은 펀드 투자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진해운의 부족한 유동성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복병이다. 한진해운은 캐나다 선주인 시스팬에 컨테이너선 세 척의 석 달치 용선료 1160만달러(약 138억원)를 연체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약 24억원을 연체해 지난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해상에서 8만2158DWT급 벌크선인 ‘한진 패라딥호’를 억류당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 선박 3~4척 정도가 해외에서 추가로 억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