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퀀텀닷(양자점) 소재를 미래 사업을 선도할 핵심 기술로 육성한다. 지금은 퀀텀닷을 TV에만 일부 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반도체, 의학용 센서 등에도 적용이 가능해져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25~26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국제 퀀텀닷 콘퍼런스’에서는 “퀀텀닷 소재 기술의 발전이 TV는 물론 전자기기 발전의 한계를 깰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발전 거듭하는 퀀텀닷

퀀텀닷 기술이 전자기기 '퀀텀점프' 이끈다
퀀텀닷은 전기를 받으면 빛을 내는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무기물이다. 입자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미세한 입자 하나하나가 정확한 색을 표현한다. 이를 필름 형태로 만들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뒷면에 덧댄 게 퀀텀닷 TV다. 퀀텀닷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면 또렷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퀀텀닷 TV를 차세대 제품으로 밀고 있다.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사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퀀텀닷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소재”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 전자기기 발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 부사장은 “퀀텀닷 기술은 작년보다 올해 더욱 다양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색의 종류를 늘리고 휘도(광원의 단위 면적당 밝기)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세대 퀀텀닷 TV를 선보인 데 이어 2017년, 2018년 각각 3세대, 4세대 퀀텀닷 TV를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은 퀀텀닷, LG는 OLED

경쟁사인 LG전자도 퀀텀닷 TV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은 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OLED는 퀀텀닷처럼 자체 발광하지만 유기물이다.

현존하는 최상의 화질을 낼 수 있지만 유기물질의 효율과 수명이 떨어지고, 시간이 흐르면 색이 변하는 게 약점이다. LG전자는 OLED의 장점에 주목했고, 삼성전자는 OLED의 약점을 눈여겨봐 각기 다른 전략을 세웠다.

퀀텀닷 TV 개발에는 중국 TCL과 하이센스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기술 수준은 삼성전자보다 최소 2년 뒤처진다는 게 삼성전자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 내 무기소재 분야 연구의 상당부분을 퀀텀닷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뿐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서울대 교수와도 연구 협력을 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소비전력을 낮추면서도 좋은 화질을 구현하는 부분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퀀텀닷 연구 영역은 TV를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센서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퀀텀닷은 빛을 받아서 전기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런 점을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키면 태양전지나 의학진단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퀀텀닷 콘퍼런스는 국제퀀텀닷학회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다. 2000년 독일을 시작으로 2년마다 세계 각지에서 열린다. 올해는 세계 26여개국 퀀텀닷 관련 학계, 산업계 전문가 500여명이 참가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 참가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그만큼 퀀텀닷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 퀀텀닷

지름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결정물질로 특이한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지니는 입자를 말한다. 똑같은 물질이라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이의 빛 파장을 발생시켜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으며 색 순도와 광 안정성도 높아 차세대 발광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