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스톤힐칼리지에서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료=고든 리서치 콘퍼런스 홈페이지
지난해 8월 미국 스톤힐칼리지에서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료=고든 리서치 콘퍼런스 홈페이지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GRC)는 과학자 사이에서 가장 고역스러우면서도 이상적인 학술대회로 손꼽힌다. 1920년대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주관한 작은 학술대회로 시작한 이 행사는 1931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로 발전했다. 올해는 지난 5월14일 시작돼 오는 8월26일까지 미국과 중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총 325회의 행사가 열린다.

처음 이 행사를 제안한 사람은 닐 고든 존스홉킨스대 교수다. 그는 같은 연구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통해 과학의 경계를 넓히자는 취지로 행사를 제안했다. 대규모 학술대회나 학술지로는 절대 얻지 못하는 새로운 발견과 영감을 얻자는 취지다. 참석자들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1주일간 합숙 토론을 벌이면서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어간다.

이 학회는 세부 행사별 참가자 수를 200명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리더급 연구자 70%, 나머지 30%는 박사후연구원급 대학원생에게 참가 자격을 준다. 처음 참석하는 사람은 행사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등록할 수 있다.

일반 물리학 학술대회는 물리 전반을 다루는 반면 이 행사는 물리학에서도 전문 영역에 집중한다. 행사의 권위를 더하는 건 초청자의 발표 내용이다. 한국인 최초로 이 행사 의장을 맡은 김현정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논문이나 학술대회에서 공개하지 않은 최신 연구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행사 기간에 토론과 발표 내용은 녹음이 금지된다.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화학상을 받은 9명의 수상자 가운데 7명이 이 대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권위가 있다. 행사를 한 번이라도 다녀온 과학자들은 “가장 이상적인 학술대회로, 과학자라면 꼭 한번 가야 하는 행사”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고든 리서치 콘퍼런스’로 불릴 행사가 열린다. 7월15~16일 포스텍 포스코국제관에서는 초분자(분자보다 훨씬 복잡한 물질) 화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10명을 연사로 초청한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원(IBS) 콘퍼런스의 첫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는 미국과 네덜란드, 영국, 일본,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화학 분야 최고 석학 100여명이 모일 예정이다. 이어 8~11월 표면원자선, 나노과학, 시스템신경과학, 노화 유전학 등 모두 다섯 차례 행사가 마련된다.

김두철 IBS 원장은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 각국의 석학, 과학자와 직접 교류하며 연구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