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령회사 불법대출 전면 수사
지점장 전결 처리 등 가능한 소규모 대출 관리소홀 악용
가짜 서류로 심사 '무사통과'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 매출이 전혀 없는 회사를 8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는 것처럼 꾸며 24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태산E&C 사주 손모씨(46)를 구속기소했다. 김모 전 금산덕원(현 신우엔탑) 대표(41)도 재무제표와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3억원씩 대출받은 혐의로 브로커 나모씨(46)와 함께 이달 초 구속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페이퍼컴퍼니 대표와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대출을 주도한 페이퍼컴퍼니 대표와 브로커 등의 수법은 비슷했다. 서류상으로 자본금 5000만~5억원 수준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허위로 재무제표를 꾸미고 세금계산서 등을 작성했다. 주로 시중은행 출신인 브로커들은 은행 지점장 등과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법대출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작은 기업의 소규모 대출은 은행 본점의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대출 규모가 큰 기업은 본점이 직접 실사를 하기도 하지만 비외감법인(자산총액이 100억원을 넘지 않아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까진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별 대출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0억원 미만의 소규모 대출은 지점장 전결로 처리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외감법인 대출 심사에선 재무제표 등 객관적 수치보다 오너의 인간성과 네트워크(인맥) 등 주관적 요소가 판단 기준이 된다”며 “지점장과 대출 담당자 등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구속기소된 김씨는 지난해 금산덕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3억원씩 총 6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은행들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손씨는 페이퍼컴퍼니인 태산E&C가 연 8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처럼 가짜 재무제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은행에선 26억원이나 빌려줬다. 지점 차원의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은 지점을 지역 단위로 묶어서 관리하는 방식 등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은지/정소람/박한신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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