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라면 시장을 뒤흔든 두 개 제품이 나왔다. 하나는 팔도비빔면이고, 또 하나는 짜파게티였다. 팔도비빔면은 32년간 여름 라면 시장의 절대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신라면, 너구리 등 인기 브랜드를 갖고 있는 라면업계 1위 농심도 여름만 되면 팔도비빔면 앞에서 맥을 못 춘다. 농심은 같은 해 짜파게티를 내놓고 짜장라면 시장을 창출했다. 이들이 주도한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은 어느새 5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올해는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라면 시장 강자들이 신제품과 다양한 마케팅으로 국물 없는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볶고, 비비고, 섞고…국물 없는 라면전쟁
○진짬뽕 인기 등에 업은 오뚜기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25일 신제품으로 볶음진짬뽕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뚜기는 “1억개 이상 팔린 진짬뽕의 인기를 이어갈 전략제품”이라고 밝혔다. 지난겨울 라면회사들이 벌인 ‘짬뽕 전쟁’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승자로 평가받는 진짬뽕의 여름 버전을 내놓은 셈이다.

볶고, 비비고, 섞고…국물 없는 라면전쟁
오뚜기 관계자는 “불맛을 살리기 위해 스프를 만들 때 중식용 프라이팬인 웍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 출시된 라면 면발 중 가장 넓은 4㎜의 극태면을 사용해 씹는 맛도 살렸다.

여름 라면 시장의 강자인 팔도는 팔도비빔면의 양을 늘려 판매하며 시장 수성에 나섰다. 비빔면 하나가 한끼용으로 부족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지난 3월 양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내놓았다. 1000만개를 한정 생산해 50일 만에 모두 판매했다. 팔도는 이달 초부터 1000만개를 추가로 판매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비빔면은 올 들어 3월까지 시장점유율 86.9%의 압도적 1위”라며 “다른 업체들과 함께 비빔면 시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볶고, 비비고, 섞고…국물 없는 라면전쟁
○농심은 누들로 승부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지난달 샐러드 소스를 부어 먹는 드레싱누들을 내놓고 여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발사믹 식초의 ‘오리엔탈 소스 맛’과 ‘고소한 참깨 소스 맛’ 두 가지다. 농심은 “드레싱누들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칼로리가 낮고 식감이 쫄깃하다”며 “매운맛이 중심이던 기존 비빔라면 시장에서 상큼한 맛으로 승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1991년 출시한 열무비빔면과 함께 지난 3월 선보인 갓비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라면업체들이 국물 없는 라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일반 라면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물 라면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6572억원에서 지난해 1조452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은 지난해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