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도에서 외국인 범죄가 급증해 주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제주를 찾는 연간 관광객 300만명 중 80%를 차지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제주지역에 전국 최고 수준의 호황을 가져다준 ‘유커 효과’의 그늘진 이면이다. 제주를 방문하는 유커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불법체류 유커 급증…제주, 중국인 범죄 2년새 두배로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157명(4월 말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14명)과 비교해 38% 급증한 수치다. 제주에서 적발된 외국인 범죄자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엔 393명으로 2011년(121명)의 3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서울의 지난 5년간 외국인 범죄자 수 증가율이 16%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 내 외국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제주에서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범죄자는 지난해 140명으로 2011년(51명)의 2.7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중국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3년 134명에서 지난해 260명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 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46%에 달했다. 올해 4월까지 적발된 중국인 범죄자는 110명(외국인 범죄자의 70%)에 이른다. 20대 중국인 여성을 살해한 뒤 제주 서귀포 동광리 인근 보리밭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20일 검찰에 송치된 용의자도 30대 중국인이었다. 지난달 7일에는 40대 중국인 남성이 도내 농촌지역의 10대 자매가 사는 가정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금품을 훔치고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8년 중국인 관광객에게 무비자(무사증) 입국이 허용되면서 중국인 범죄가 급격히 늘었다는 게 도민들의 설명이다. 무비자 제도를 악용해 관광 목적 외에 돈벌이 등을 위해 제주에 들어와 눌러앉는 이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2013년 731명, 2014년 1450명, 2015년 4353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들어 외지에서 온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고 평소 아무렇지도 않던 늦은 시간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범죄를 저질러놓고 잡히지 않은 외국인 범죄자가 상당히 많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사이에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배낭여행을 즐기는 대학생 김민정 씨(25)는 “제주에서 2~3일 올레길 여행을 하고 온 적이 많은데 최근엔 겁이 나 선뜻 못 가겠다”고 했다.

제주 내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1만건을 넘었다. 인구 1만명당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172.1건에 달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주는 전국 시·도 가운데 경찰관 1인당 범죄 발생 건수가 20.4건(2014년 기준)으로 광주(20.7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지방경찰청엔 비상이 걸렸다. 제주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범죄 예방을 위해 외국인 밀집지역인 연동과 노형동을 국제범죄수사대원과 각 경찰서 외사요원, 기동순찰대원이 집중 순찰하고 무사증 입국 후 무단이탈자를 검거하기 위해 출입국 관리사무소와의 합동단속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