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당권 도전 '고심'…"내달 초 출마여부 결정"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오는 8월 말께로 예상되는 당 대표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뒤 몸을 낮춰온 최 의원이 지난 24일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통해 당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것이 당권 도전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 측 관계자는 25일 “당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정 원내대표의 요구에 응했을 뿐, 당권 도전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며 “전대 출마는 결정되지 않았다.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은 최 의원의 경선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그의 출마는 당권 경선 판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3자 회동에서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기로 한 만큼 최 의원이 대표 경선에 나선다면 다른 친박 당권 후보들은 최고위원 경선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최 의원이 주류의 좌장으로서 집권 후반기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정책 과제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다수 친박계 의원의 견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차기 대표는 대선 주자들을 발굴해 ‘링’ 위에 올려 경선을 흥행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며 “3자 회동에서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힘이 있는 최 의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또 “당권을 비박(비박근혜)계에 내주면 박근혜 정부 집권 하반기에 권력 누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그동안 “개인적으론 대표 경선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보고 십자가를 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되도록 (십자가를)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차기 대표의 절체절명 과제는 정권 재창출을 하는 것”이라며 “뚜렷한 당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 과정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되면 후보 개인이 잘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겠고, 실패하면 대표가 잘못해서 그렇다는 평가를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마 땐 비박계가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신의 전대 출마가 친박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여겨지면서 당내 분란을 가져올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 의원의 고심은 계속되고 있다”며 “내달 초쯤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나 다른 친박계 인사들이 강력하게 출마를 요구하면 본인의 뜻과 관계 없이 나서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