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EV)를 2020년 내놓기로 했다. 미국 테슬라가 내년 말 시판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차 ‘모델3’(346㎞ 주행) 등과의 주행거리 경쟁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한 번 충전에 400㎞…현대차 전기차 나온다
24일 외신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400㎞ 이상으로 확대한다. 현대차는 한 번 충전으로 191㎞를 달릴 수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다음달 선보인다. 2018년에는 주행거리 320㎞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을 계획이다. 2020년엔 4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최대 500㎞인 전기차 개발에도 들어갔다. 현대차는 서울대 연구진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주행거리를 500㎞까지 늘리는 기술을 공동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한 번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개발에 나서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 간 주행거리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8년까지 11조3000억원을 들여 친환경차 26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 개발을 위해 투자를 더 늘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증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기차에서 주행거리는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주행거리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다. 내년 말 출시할 예정인 테슬라 모델3는 지난 3월 이후 사전 계약만 4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대당 4000만원대 보급형 모델이면서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46㎞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인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 번 충전으로 321㎞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볼트를 올 연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BMW도 132㎞인 i3의 주행거리를 내년까지 300㎞로 연장할 방침이다. 아우디는 한 번 충전 시 500㎞를 주행할 수 있는 e트론 콰트로를 2018년부터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두세 배 성능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해야 한다”며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업체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더 싸고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성능 경쟁에 가세했다. LG화학은 한 번 충전하면 320㎞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도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올초 최대 600㎞까지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다음달 출시할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정부 연비 인증 절차를 통해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 191㎞를 인정받았다고 24일 발표했다. 한 번 충전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 양재나들목을 출발해 대전을 지나 충북 황간나들목(193.67㎞) 주변까지 갈 수 있다.

장창민/황정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