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등 서울 강남권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주민 사이에 요즘 필수품으로 전기레인지(인덕션)가 뜨고 있다.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수입가전 업체의 인덕션은 400만원 안팎의 고가다. 그럼에도 판매가 빠르게 늘어 한국 밀레는 지난해 인덕션 매출이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했다. 국내 가전업체인 쿠첸의 인덕션 판매도 2014년 1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50억원대로 증가했다. 타워팰리스 인근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A사장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위해 타워팰리스를 방문하면 최근 1~2년 새 인덕션을 새로 들여놓은 집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아파트 주민에게 인덕션 인기가 높아진 것은 2000년대 초반 입주한 아파트의 환기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A사장은 “타워팰리스는 상대적으로 환기가 잘 안 된다”며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꾸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덕션은 전기로 열을 내기 때문에 가스레인지와 달리 일산화탄소 등이 배출되지 않는다.

고급 아파트일수록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이 갖춰진 집이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싱크대에서 만든 요리를 아일랜드 식탁으로 가져와 데워먹기 위해 인덕션을 따로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만 해도 주로 오피스텔에 들어가던 인덕션이 고급 주방가전이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