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난 21일 열린 ‘수르길 가스화학단지’ 완공식 후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오른쪽 첫 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두 번째),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네 번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다섯 번째)이 설비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난 21일 열린 ‘수르길 가스화학단지’ 완공식 후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오른쪽 첫 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두 번째),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네 번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다섯 번째)이 설비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총 8시간. 이곳에서 30여명이 탈 수 있는 프로펠러 비행기로 갈아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30분을 더 날아 누쿠스공항에 도착한 뒤 차를 타고 2시간30분을 달리면, 축구장 140개를 합친 것과 같은 대지면적 100만㎡ 규모의 화학단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롯데케미칼 첫 기술 수출 '수르길 10년 프로젝트' 결실
롯데케미칼이 주도한 한국컨소시엄과 우즈베크 석유가스공사가 50%씩, 총 38억9000만달러를 투자해 완공한 ‘수르길 가스화학단지’다.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21일 완공식을 열고 10년간의 길었던 공사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타슈켄트에서 1200㎞ 떨어진 수르길 가스화학단지에서 열린 완공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총리, 술탄노프 우즈베크 석유가스공사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준공 후 시험가동 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상업생산을 하고 있다.

황 총리는 “수르길 가스화학단지는 한국과 우즈베크 양국 관계의 이정표”라며 “완공을 계기로 앞으로 두 나라가 공동 번영을 위해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 프로젝트는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간 사업자의 기술력이 합쳐진 민관 협력 성공 사례”라며 “롯데는 이번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러시아, 북아프리카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수르길 가스화학단지 완공은 글로벌 화학업계에 한국의 화학 플랜트 건설 및 운용의 우수성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지 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공장은 설계부터 시공, 운전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롯데케미칼의 독자 기술이 적용됐다.

이 단지는 한국 최초로 화학공정을 해외에 수출한 사례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국내외에 짓는 화학공장 중 상당수는 미국 독일 일본 등 화학산업 선진국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은 늦여름에도 영상 40도를 훌쩍 웃도는 고온과 모래바람, 겨울철에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 등 악조건 속에서도 대규모 가스화학단지를 성공적으로 준공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단지에서 연간 총 309만t 규모의 메탄올과 고밀도프로필렌(HDPE), PP 등을 생산해 연간 10억달러의 매출과 2억달러 안팎의 순이익을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올 한 해 중점 추진전략 중 하나로 저가 원료 확보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꼽았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확보한 값싼 가스원료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수르길 프로젝트는 이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 준공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분해설비(ECC) 착공식을 다음달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롯데케미칼은 이 사업에 총 2조9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