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해군기지, 해양주권 수호 전력 갖춰야
분단 이후 한국 군대는 오직 북한의 침략을 막아낸 뒤, 역습을 통해 통일을 완수하기 위한 용도로 육성돼 왔다. 그동안 한국 군대는 그 외의 임무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도 여유도 없었으며, 지금도 그 임무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대는 불특정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이런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군대를 양성하는데 한국만 오직 북한의 남침 차단을 위해 군대를 양성해온 것이다.

그런 한국 군대가 2002년 북한에 맞선 국토 수호에서 벗어나 한반도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바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다. 한국 경제는 대외교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수출입의 99.7%가 해상 운송을 통할 정도로 바다는 한국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또 지하자원이 빈약한 우리에게 바다는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줄 미래 핵심 이익이다. 이런 바다를 지키고 개척하기 위한 제주 해군기지가 본격적으로 건설에 착수한 지 14년이 지난 올해 완공됐다.

필자는 합참 정책자문위원들과 이어도 견학을 위해 최근 해군 제주기지를 방문했다. 아담한 기지기는 하지만 우리 군사력이 드디어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진출하는 웅비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제주 해군기지에서 군함을 타고 이어도로 향했다. 이어도는 중국과의 해상경계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등 첨예한 외교적·군사적 마찰이 예상되는 곳이다. 이어도는 중국 동해함대기지에서 398㎞ 떨어져 있지만 우리 해군작전사령부인 부산기지에서는 507㎞ 떨어져 있어 한·중 간 마찰이 빚어졌을 때 우리 해군이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되면서 이어도와의 거리는 176㎞로 단축됐다. 우리 일행은 불과 3시간30분 만에 이어도에 도착했다. 제주 해군기지 완공의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중국과 마찰이 빚어졌을 때는 우리 군함들이 먼저 도착해 진(陣)을 치고 있는 것이 굉장히 유리하다. 어차피 한·중·일 정도의 군사강국끼리는 진짜 전투가 벌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먼저 가서 ‘지키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어도에 도착해 보니 한국 어선은 없고 중국 어선만 7~8척이 조업 중이었다. 이 중국 어선들은 한국 군함이 다가가니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경고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자신들이 알아서 물러났다. 마치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이 나타나니까 피하는 그런 형국이었다. 바로 그런 것이다. 중국인들에게 이어도는 한국이 관할하고 있다는 것을 민간에서부터 이렇게 지속적으로 확인시켜 줘야 한다. 마치 맹수가 영역표시를 하는 것처럼 우리 군함이 상시 순찰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군은 소수의 군함으로 많은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어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날도 우리가 탑승한 단 한 척의 군함만이 제주 해군기지에 있었을 정도로 군함은 빠듯하게 운용되고 있다.

이제 제주 해군기지 완공과 함께 남쪽 해상을 장악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할 전력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군함 한 척을 만드는 데는 함정 건조 필요성 검토부터 실전배치까지 보통 15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느닷없는 북한 붕괴 이후에 주변국 대비 전력을 키우려면 늦을 수밖에 없다. 현재 9척인 구축함을 2배 정도 증강해 18척 정도로 늘린다면 북한과 관련한 각종 임무 수행과 더불어 독도나 이어도 등 주변국과의 분쟁에도 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전력이 된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군사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신인균 <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합참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