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 중동붐, 오일머니 유치도 힘써야
‘제2의 중동 붐’이 일고 있다. 한국은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동국가들과의 정상외교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쿠웨이트 등 중동 4개국을 방문했으며, 이달 초엔 이란을 방문해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15년 중동 순방은 1조원 규모의 수출·수주 성과를, 이달 초 이란 방문은 66건의 양해각서(MOU)와 4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추진 등의 실적을 가져왔다. 더 많은 한국기업들의 중동 진출이 이어지겠지만, 이것으로만 그친다면 제2의 중동 붐은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더 큰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중동국가들은 원유생산이 한계에 도달한 후 이른바 ‘포스트오일머니 시대’를 대비한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다양한 해외 투자처를 찾고 있다. 쿠웨이트는 2013년 기준 중동 내 1위인 83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했으며, 2010~2013년에는 12%의 해외 투자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14%, 오만은 31%나 해외투자가 늘었다. 고유가 시대에 비축한 자본력을 지닌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를 활용한 해외 투자가 활발한데 한국은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연평균 11%씩 증가했으나 한국으로의 FDI는 연평균 5%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FDI 비중도 2010~2014년 평균 12.7%로 신흥국 평균(32.2%), 세계 평균(31.3%)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에서 해외로 향하는 직접투자 금액은 지난 10년간 4배로 확대됐지만 국내로 유입되는 FDI는 1.6배 증가에 그쳤다.

침체국면에 빠진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FDI 유치가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 경쟁촉진, 신성장산업 발굴 등 외국인 투자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는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국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은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1990년대 개방화와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한국은 외형적으로는 외국인 투자를 수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적극성 부족과 전략 부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한국이 아니라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으로 돌리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노력이 외국인 투자 유치로 이어진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사우디 아람코가 에쓰오일에 18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으며, 사우디 최대 화학기업인 사빅은 약 3억달러를 투자해 SK종합화학과 함께 울산에 넥슬렌 공장을 준공했다. 2016년에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 KPC의 자회사인 PIC가 울산 SK어드밴스드 프로필렌 생산 공장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시 논의된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져 중동의 자본과 기술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됐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다. 정유, 석유화학, 건설, 플랜트 분야 기업들의 중동 기업과의 신뢰관계는 매우 공고하다. 정부가 외교적 노력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규제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갖춰준다면, 중동의 오일머니가 국내로 유입돼 경제를 살리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의 중동붐은 ‘중동 진출’과 ‘오일머니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최병일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