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최근 경유 자동차 20개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측정한 수치를 반영해달라는 르노삼성자동차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가 입맛에 맞는 배출가스 수치를 골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고무줄 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 르노삼성차 배출가스 '고무줄 발표'…"재측정 결과 묵살"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달 환경부에 배출가스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측정을 요구했다. 환경부가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닛산 캐시카이는 실내인증 기준(0.08g/㎞)의 20.8배, 르노삼성 QM3는 17.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하자 이의를 제기했다. 르노삼성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측정하자 QM3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0배 아래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환경부에 재측정 결과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16일 기존 조사 결과(17.0배)만 담아 발표했다. QM3 조사 결과를 바꿔주면 다른 업체도 재측정을 요구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환경부는 경유(디젤)차 20개 차종의 배출가스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측정 결과를 반영해달라는 르노삼성자동차 요구를 거부한 사실을 인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20개 차종에 대한 1차 조사를 시작했는데 르노삼성 측이 지난달 재측정을 요구해 기존 결과보다 배출가스 양이 적게 나온 건 맞다”며 “다만 대부분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배출가스 양이 더 나오는 겨울(작년 말)에 한 조사 결과를 반영했는데, 르노삼성만 4월 조사 결과를 넣을 수 없어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처음부터 모든 차종에 대한 조사를 겨울과 여름을 피해 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환경부가 닛산 캐시카이에 배출가스 조작 판정을 내린 대목도 논란거리다. 캐시카이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여주는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가 엔진 흡기 온도 35도 이상이 되자 작동을 멈췄다. 환경부는 닛산 측이 제어 방식을 임의로 설정(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닛산 측은 “조작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임의 설정’이다. 환경부 고시인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2조19호)에 따르면 임의 설정은 ‘일반적인 운전 및 사용조건에서 배출가스 시험모드와 다르게 배출가스 관련 부품 기능이 저하되도록 그 부품의 기능을 정지·지연·변조하는 것(1)’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에 ‘다만 장치의 목적이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 엔진의 사고 또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될 경우, 장치가 엔진 시동 조건 아래서 사용될 경우, 배출가스 시험모드에 실질적으로 포함돼 있을 경우는 임의 설정으로 보지 않는다(2)’는 규정도 함께 붙어 있다.

환경부는 첫째 조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엔진룸의 흡기 온도가 3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EGR 기능이 멈추도록 돼 있는 제어 방식을 임의 설정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닛산 측은 두 번째 조항을 근거로 “고무 재질인 흡기파이프가 고열에 약해 손상을 막기 위해 온도 35도 이상에선 EGR 기능이 중단되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의 설정 판단의 기준이 된 흡기 온도인 ‘35도’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흡기 온도 설정을 도대체 몇 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데다, 차종마다 온도 설정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캐시카이와 르노삼성의 QM3는 똑같이 르노의 1.6L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라며 “흡기 온도가 35도로 설정된 캐시카이는 임의 설정이고 QM3 등 50도로 설정된 차량들은 괜찮다는 것은 자의적 판단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