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학상 상금
세계적인 문학상 중 상금이 가장 많은 것은 단연 노벨문학상이다. 스웨덴 화폐로 800만크로나, 우리 돈으로 약 11억5000만원이나 된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을 종잣돈으로 1901년부터 시상했다. 애초 1000만크로나 이상이던 상금이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2012년 지금의 액수로 줄었다. 개별 작품이 아니라 한 문인의 전체적인 성과를 평가하는 게 특징이다.

2년 뒤인 1903년 제정된 프랑스 공쿠르상의 상금은 단돈 10유로(약 1만4000원)다. 처음의 50프랑을 2002년 유로화로 바꾸면서 환산한 금액이다. 작가 에드몽 드 공쿠르, 쥘 드 공쿠르 형제가 남긴 재산으로 운영한다. 매년 가장 우수한 프랑스 소설 한 편을 뽑는데, 심사는 10명의 종신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이 맡는다. 상금은 비록 상징적인 액수에 불과하지만 수상작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돼 작가에게 명예와 부를 안겨준다.

이와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 상금은 5만파운드(약 8500만원)다. 1969년에 제정됐으니 역사는 짧지만 권위는 높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운영하는 게 차이점이다. 영국 유통회사 부커가 주관하는 부커상으로 출발했다가 2002년 금융기업 맨그룹의 후원 이후 맨부커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2만1000파운드였던 상금도 늘렸다.

맨부커상은 해마다 새로운 심사위원단을 꾸려 홈페이지에 알린다. 이들은 7월에 1차 후보작 12~13편을 정하고, 9월에 2차 후보작을 6~7편으로 압축한다. 여기에 독자 의견을 반영해 10월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심사 과정이 베일에 가려진 다른 문학상과 달리 공개진행 방식 덕분에 대중적 인기도 높다.

2005년부터는 영연방 외 작품 중 영국에서 번역돼 나온 책을 대상으로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신설했다. 지난해까지 격년제로 운영하다 올부터 매년 시상하는 것으로 바꿨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아시아권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상금은 ‘본상’과 마찬가지로 5만파운드이지만, 번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갖는다.

이들 문학상은 상금 액수에 관계없이 작가의 권위와 작품의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세계 문학계의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하긴 미국 퓰리처상의 상금도 1만달러(약 1200만원)밖에 안 된다. ‘돈으로 권위를 사지 않고 액수로 명예를 치장하지 않겠다’는 공쿠르상의 취지를 새삼 되새겨 본다. ‘1억짜리’ 문학상이 몇 개나 되는데도 아직 이름값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