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달 29일 에머슨퍼시픽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45·사진)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중국 홍콩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었다. 탁상 달력에는 출장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해외 출장부터 부산, 제주, 경남 남해군 등 에머슨퍼시픽 골프장과 리조트가 들어선 사업장까지 사무실에 머무르는 날이 없어 보였다. 인터뷰 뒤에도 곧바로 부산 출장길에 올랐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힐튼 부산&아난티 펜트하우스 해운대’ 공사 현장을 챙기기 위해서다.

▷힐튼 부산&아난티 공사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골조공사는 거의 끝났고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부산은 홍콩과 상하이에 뒤지지 않는 국제도시입니다. 그에 비해 휴양하러 온 사람들이 머물 만한 시설은 부족한 편이죠. 그래서 부산과 어울리는 ‘인터내셔널’한 시설을 짓고 싶었습니다. 위치가 좋아요. 복잡한 해운대 백사장과 조금 떨어졌지만 전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죠. 즐겁고 활기차면서 때로는 한산한 도시의 이미지를 호텔과 리조트에 담았습니다.”

▷제주와 서울 도심에도 리조트를 낼 계획인데요.

“상상해보십시오. 서울 도심에서 자기만의 아늑한 공간을 갖고 모임, 운동을 하고 쉴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국내 최고 휴양지인 제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객실 수가 많지 않아 편안하고 조용한 공간이 있다면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아난티 회원권 하나만 있으면 부산, 남해뿐 아니라 서울 도심과 제주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지금은 부지를 정해놓은 단계입니다.”

▷다른 리조트·풀빌라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아난티는 철저한 회원제가 특징입니다. ‘당신만을 위한 별장’이라는 콘셉트로 지었고 그렇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별장은 가족, 친구와 함께 갔을 때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크기와 각종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호텔 객실과도 다르죠. 보통 리조트는 법인 고객이 많지만 아난티는 80% 정도가 개인 고객입니다. 아난티 골프클럽이 있으니까 골프 치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회원이 되거나 주변 사람에게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브랜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체인망도 차별 포인트인가요.

“리조트 체인망을 갖춘 국내 회사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입니다. 지난해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에서 투자를 받고 중국 상하이, 항저우, 하이난 세 군데에서 리조트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부 중국민성투자가 갖고 있는 부지입니다.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서도 리조트를 세우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런던과 뉴욕은 세계 유수의 호텔과 리조트가 각축전을 벌이는 지역입니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아난티가 여기에 들어서야 명실상부한 국제적 리조트 체인망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민국제통용항공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회원들이 중국이나 런던, 뉴욕의 리조트에 갈 때 전용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자산운용사 설립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함께 에머슨퍼시픽을 이끌어갈 두 축 가운데 하나가 자산운용사입니다. 이달 말 금융위원회에 등록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가칭이지만 이름은 ‘에머슨자산운용’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숫자를 바탕으로 단순히 업무용 빌딩(오피스)에 투자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거죠. 저수익 시대에 에머슨퍼시픽이 지닌 콘텐츠, 아이디어, 가치, 네트워크가 독보적인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용 계획은 있습니까.

“호텔, 유통시설, 리조트 등이 함께 있는 복합시설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2조~3조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프로젝트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들 중국이 유망하다, 수익률이 좋다고 말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중국민성투자라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있으니 사업을 추진하기 쉽습니다. 중국 투자자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 투자하고 싶지만 믿을 만한 회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에머슨자산운용은 한국 내 중국 투자, 중국 내 한국 투자를 연결하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열망이 큰 것 같습니다.

“10년간 남들이 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아난티 클럽 서울도 굉장히 특이한 사례입니다. 리츠칼튼CC라는 기존 골프장을 허물고 100% 다시 지었거든요. 다 때려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결정은 한국에선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쉽게 가려면 아파트나 오피스빌딩을 지었겠지요. 그간 6개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 번도 새로운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금강산 골프장 같은 사례에서 실패도 경험했지만요.(웃음) 앞으로도 ‘옳다고 생각한 길’을 계속 갈 생각입니다. 두려운 건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게 정말 옳은가’라는 의문뿐이에요.”

▷열정과 애착이 저에게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직원들이 편집증적인 측면이 있어요. 지금의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일화를 보면 잡스도 굉장히 일에 집착했잖아요. 편집증적인 노력과 집착이 있어야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까 말까 하는 겁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끝내놓고 기뻤던 적이 없습니다. 부족하고 잘못된 점이 보여서요. 하지만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당시엔 최선을 다했는데 끝나고 나니 놓친 게 보이는 것뿐이죠. 그건 고쳐나가면 됩니다. 힐튼 남해는 올해 두 번째 리노베이션에 들어갑니다. 잘못된 걸 알면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새로 하는 프로젝트에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거고요. 에머슨퍼시픽이 내놓는 리조트가 점점 진화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습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