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종로 등 한양도성 안을 ‘역사도심’으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구상을 담은 ‘2025 도시환경정비기본계획’이 공표됐다. 4대문 안 신축 빌딩의 높이를 90m(약 20층) 이내로 규제하는 게 핵심이다. 도성 안쪽 ‘역사문화중심지’ 일부는 ‘정비예정구역’ 지정이 아예 해제됐다. 재개발·재건축, 리모델링 같은 대규모 개발을 접고, 필지별로 골목길 보존 등 옛 한성의 흔적을 보존하겠다는 설명이다.

‘보존이냐, 개발이냐’ 하는 이분법을 탈피해 보존과 개발의 조화를 통해 도시정비사업의 새 답을 찾았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개발은 악이고 보존은 선이라는 오도된 관념에 기초한 방향 착오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적과 고도화로 진화하는 도시의 속성에 대한 몰이해이기도 할 것이다. 도쿄 등 메가시티들이 도심건축 규제를 풀어가는 글로벌 흐름에도 역행한다. 하기야 마을 공동체론을 들고나왔던 박 시장의 반(反)도시적 정책을 그동안 많이 봐왔던 터이기는 하다.

내4산(內四山: 인왕·북악·남·낙산) 중 가장 낮은 낙산 고도에 맞춘다며 90m로 신축 빌딩 층고를 제한한 점도 기이하다. 20층이면 도시 미관이 좋아지고 30층이면 나빠지는 것인가. 30층, 40층으로 집적도를 높여야 유적보호와 여유공간 확보가 잘 된다는 개발의 역설에 대한 이해부족일 뿐이다. 20층짜리 성냥갑으로 획일화된 도심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건축가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다른 규제는 확실하게 풀어버리는 것도 보완대책이기는 할 것이다.

서울시의 구상이 실천되면 도시의 쇠락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당장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익선동·낙원동, 인의동·효제동, 종로5가, 주교동·오장동·충무로5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는 해방 후의 난개발과 흉물화한 외관이 방치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건축 기술이 진보하면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개발과정이 개별적 개발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바뀐 지도 오래다. 지저분한 도시를 방치하자는 60년대식 반개발론이 서울을 서서히 파괴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