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린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 개막일인 6일 외신기자들이 대회장인 평양 4·25문화회관을 200m 떨어진 길 건너에서 촬영하고 있다. 북한은 외신 기자의 대회장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평양AP연합뉴스
36년 만에 열린 북한 제7차 노동당 대회 개막일인 6일 외신기자들이 대회장인 평양 4·25문화회관을 200m 떨어진 길 건너에서 촬영하고 있다. 북한은 외신 기자의 대회장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평양AP연합뉴스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한 북한의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가 6일 개막했다. 하지만 118개국의 외빈이 참석한 6차 당 대회에 비해 이번엔 외신을 초청했을 뿐 외빈이 없는 ‘나홀로 잔치’다.

특히 북한 당국은 5일 주민들에게 TV를 보라고 지시했으나 정작 6일 당 대회 상황을 생중계하지 않았다. 당 대회 공식회의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 행사’로 진행됐다.

대신 밤 10시30분부터 북한 조선중앙TV로 첫날 행사 녹화분을 방영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개회사하는 장면도 방송 분량에 포함됐다. 김 제1위원장의 육성 발언을 대회 첫날부터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청된 외신이 전한 평양 분위기는 어두웠다. 당 대회장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듯 도로 위를 오가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36년 만의 잔치라고 하기에는 처진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당 대회장인 평양 4·25문화회관 외벽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으며 ‘노동당 제7차 대회’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과학자를 위해 최근 준공된 미래과학자 거리에 김정은 정권을 극찬하는 간판이 장식됐고, 평양 시내 주요 시설물에는 모두 노동당을 상징하는 붉은 기가 내걸렸다.

북한 전 지역에서 3000여명의 대표자가 평양에 집결해 당 대회에 참석했지만 외국의 축하 사절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주요 외빈이 7차 당 대회에 참석한 동향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재일본조선인 축하단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축하단 등 민간 참석자 외에 국가를 대표하는 외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북한 소식통은 “중국, 러시아는 물론 그동안 북한의 혈맹이었던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도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중국, 러시아, 몽골 등 20여개국이 7차 당 대회를 맞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외국 대표단 참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1980년 6차 노동당 대회 때는 118개국에서 177개 대표단이 참여했다. 당시 리셴녠(李先念) 중국 부주석을 비롯해 그리신 러시아 정치국 위원, 세쿠투레 기니 대통령, 무가베 짐바브웨 총리 등 정상급 외빈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노동당 대회에 주요 외빈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당 대회 참가자에게 대형 LED TV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중국 단둥 세관에서 ‘아리랑’이란 북한 상표가 붙은 50인치 LED TV가 들어가는 장면이 한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중국 세관 관계자는 “TV 5만대 통관이 신고돼 있다”고 밝혔다. LED TV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북한은 중국 기업이 만든 TV에 북한 상표만 붙여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반도체 같은 전자부품과 LED 패널 등이 장착된 LED TV는 UN의 제재 대상임에도 중국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1980년 제6차 대회 때도 일본산 TV를 ‘진달래’라는 브랜드명으로 당 대회 참가자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박상익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