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것 없기에 완전히 새로운 것 이룰 수 있어"
“이미 세상에 익숙한 사람은 새로운 걸 거머쥘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세계에 왔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것을 이룰 수 있는 셈입니다.”

최영태 나드리 회장(사진)은 6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국제관에서 “탈북 청년들이야말로 창업 DNA를 갖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지역 탈북대학생 연합회와 고려대 탈북대학생 동아리 리베르타스 등 탈북 청년을 대상으로 ‘무대를 만들고 주연을 찾아라, 나는 연출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최 회장은 1986년 서울 남대문시장에 보석 제조업체 나드리를 설립한 뒤 1997년 북미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8개의 자체 브랜드로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백화점 3750곳에 입점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한 행사에서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탈북 대학생과 탈북민을 우리 경제인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탈북민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선박 해기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생소한 보석 유통업에 뛰어들었던 30년 전을 떠올려보면 탈북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당시 물고기가 물을 떠나 광야에 놓인 듯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를 견뎌냈던 경험과 노하우가 탈북 청년들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986년 자본금 1만원으로 남대문시장에서 보석 유통·제조업을 시작했다. 앞서 보석 유통업체를 두 차례 설립했다가 관리를 제대로 못해 돈만 날린 뒤 다시 도전한 세 번째 창업이었다.

최 회장은 “손에 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버려진 생선 상자와 과일 상자를 뜯어 천으로 덮은 가판대에서 조그만 보석상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나드리가 직접 보석을 디자인하고 제조·판매하는 주얼리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스스로를 연출가로 여기고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석업계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로 승승장구하다 돌연 미국행을 택한 것도 새로운 무대를 세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최 회장은 “주문을 받아 외국 브랜드를 생산하다보니 디자인이나 기술 분야에서 한계가 느껴졌다”며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자체 브랜드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걸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OEM에만 머무르다보면 2~3개 거래처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뿐만 아니라 품질 수준 등도 결정된다”며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해야만 미국, 유럽 등지의 경쟁자와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탈북 청년을 위한 자리이긴 하지만 탈북민이라는 용어 자체가 필요한지 조심스럽다”며 “여러분이 또 다른 저이고, 새로운 세상에서 좋은 기회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제도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게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며 “자신의 능력을 파악해 한 발짝씩 서두르지 않고 다가서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