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학자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스마트》에서 “‘글로벌 인터넷’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Getty Images Bank
프랑스 사회학자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스마트》에서 “‘글로벌 인터넷’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Getty Images Bank
“‘글로벌 인터넷’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책마을] 국경 허문 인터넷, 문화 장벽은 더 높였다
프랑스 사회학자 프레데리크 마르텔은 이렇게 주장한다.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묶이며 지리적·문화적 경계가 점차 희미해진다는 게 지금까지의 통설이다. 대중문화의 세계화를 다룬 책 《메인스트림》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마르텔은 신간 《스마트》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이런 상식을 뒤집는다. 인터넷에서 글로벌한 분위기는 드물게 나타난다는 것. 마르텔은 “인터넷의 쓰임새는 지역별로 다르고 콘텐츠도 각 지역 현실에 맞게 변화해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세계화된 플랫폼은 존재하지만 콘텐츠까지 세계화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터넷 문화의 개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50개국을 발로 뛰며 사례를 수집하고 인터뷰했다. 세계 각국의 인터넷 활용 현장을 보도하듯 생생하게 풀었다. 통계와 이론 중심의 책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저자는 먼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의 인터넷 생태계에 이런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자, 투자자, 창업자 상호 간 원활한 교류와 침투가 이뤄지고, 캘리포니아 지역 특유의 언어적·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며, 창업과 기업활동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실패에 관대하다. 또한 자본주의와 노동에 대한 개신교적 윤리관과 부를 나누고자 하는 인식도 갖추고 있다.”

다른 나라의 인터넷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중국 인터넷은 정부의 모방과 검열 때문에 독특한 자체 생태계를 생성했다. 중국 정부는 국민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유명 웹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대신 중국에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런런, 트위터와 비슷한 웨이보, 구글과 비슷한 바이두처럼 미국을 본뜬 고유의 인터넷 서비스가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콘텐츠 내용도 강하게 통제한다. 가령 ‘톈안먼 사건’을 인터넷에서 언급하면 이는 자동 검열된다. 이 때문에 중국인만 아는 ‘국내용 콘텐츠’가 유통된다. 중국인은 많은 인구 덕택에 이들 콘텐츠만 봐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의 인터넷 환경을 이해하는 데는 고유의 ‘국민군대 방식’과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인 ‘후츠파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신생 벤처기업 창업가는 대부분 차할(이스라엘 방위군) 정보부대에서 정보기술(IT)을 배운 사람이다. 이들은 제대한 뒤 벤처기업을 세워 이스라엘을 세계적 창업국가로 키웠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와 정략결혼 풍습이 인터넷을 통해 더 강해졌다. 매달 인도인 5만명의 결혼을 성사시킨다는 한 결혼 중매 사이트는 위계질서가 있는 인도의 전통적 사회계층을 인터넷에 그대로 재현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입장 차이가 인터넷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은 기존 지역·전통적 문화를 붕괴시키기보다 정반대 상황을 불러온다. 인터넷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 공동체를 아우르며 지역 차이를 강화한다. 저자는 “인터넷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며 그저 감내해야 하는 미국 중심적인 것이 아니다”며 “우리가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역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국 문화와 정체성이 인터넷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인터넷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문을 열고 나가 스스로 인터넷의 주체가 돼라.”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